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한 보스턴 지역 교민들은 한국인 1명이 경미한 부상을 당한 것 외에는 큰 피해가 없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보스턴이 9·11테러 때의 ‘악연’에 이어 다시 테러 현장이 되면서 불안한 곳으로 이미지가 굳어질까 우려했다.
‘보스턴 한국 콜택시’의 고일찬 사장은 “폭발 사건이 발생한 곳은 호텔이 밀집한 지역”이라며 “사건 이후 경찰이 시내 곳곳에 증강 배치됐고, 호텔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등 긴장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9·11테러 당시 테러범들이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2대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했었다”면서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또 폭탄테러가 발생했다”고 탄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인 여행업체 사장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보스턴시의 상징이요 보물”이라며 “앞으로 대규모 행사 때 경비가 더욱 삼엄해지고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스턴 지역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이번 사건으로 더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건 용의자와 관련, “‘아랍계가 체포됐다’거나 ‘현재 보스턴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과거에 다니는 등 보스턴과 개인적 인연이 있을 것’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 총영사관 박중석 영사는 “한국인 안모씨가 폭탄테러 당시 관중석에 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간단한 수술 후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현재로선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는 보스턴에 어학연수를 왔다가 마라톤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바로 눈앞에서 사람들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을 봤다”면서 처참한 광경을 설명했다. 그는 폭발 당시 관중석에 있다가 다리, 무릎, 허벅지 등 서너 곳에 파편을 맞았으며 허벅지살이 다소 팬 것으로 알려졌다.
박 영사는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57명의 한국인이 버스 2대를 전세 내 온 것으로 파악됐지만 다행히 버스 회사에 문의한 결과 모두 무사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보스턴마라톤 폭탄 테러] 관중석 있던 한국인, 파편 맞고 실신
입력 2013-04-16 18:17 수정 2013-04-17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