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끼워넣기’ 여지 많은 추경

입력 2013-04-16 18:16

정부가 16일 기금 확대분을 포함해 모두 19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19조3000억원은 모두 국민이 낸 피땀 어린 세금이다. 추경에 따른 경기부양 기대도 크지만 국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느 곳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이번 정부의 추경 발표 자료는 이를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했다. 정부는 별첨자료에서 세출 7조3000억원의 주요 사업 내용을 밝혔지만 이 중 2조3753억원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없다. 일자리 확충과 민생안정에 3조원을 지출한다고 했지만 자료에 나와 있는 사업별 지출금액을 합쳐 봐도 2조1790억원에 그친다. 8210억원이 비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든 사업을 다 넣으라는 법은 없다”며 “중점적인 내용을 홍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18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때는 모든 사업별 지출 항목이 포함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9년 ‘슈퍼 추경’ 때는 달랐다. 당시 정부는 세출 17조7000억원이 쓰이는 사업 항목을 상세히 공개했다. 반면 이번 추경은 ‘중점사업’에 쓰이는 돈만 나열했다. 추경 편성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 끼워 넣기’를 하는 것이 문제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스스로 끼워 넣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셈이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기재부는 추경 보도자료에서 국회 의결 없이 정부가 자체 변경할 수 있는 기금 2조원을 증액해 추경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국회 의결이 필요한 기금 증액분 1조원이 추경금액 17조3000억원에 숨어 있다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배경 브리핑에서도 누구 하나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동의가 우선인 세금 1조원을 정부 마음대로 집행계획을 잡은 것은 국회 고유권한을 무시한 행정부의 월권행위다.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려는 정부의 다급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선 안 된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