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로 15조8천억 조달… 말로만 ‘균형재정’
입력 2013-04-16 18:16
정부가 16일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추경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로 조달하는 데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세입 전망도 밝지 않아서다.
정부는 총 17조3000억원의 추경 가운데 15조8000억원을 적자국채로 조달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올해 국가채무는 당초 전망치였던 464조6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4.3%에서 36.2%로 오른다.
균형재정은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균형재정의 근거로 제시했던 관리재정수지(세입에서 총지출과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것)는 GDP 대비 비율이 -0.3%에서 -1.8%로 악화됐다. 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치인 4조7000억원에서 23조4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추경 가운데 세입 부족분을 메우는 데만 11조8000억원이 소요되고 지출이 7조원가량 늘어 총 19조원 정도가 고스란히 적자로 잡혔다. 세출을 늘리기 위해 추가한 기금 2조원도 결국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부담하는 꼴이어서 나라살림 운영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균형재정을 조금이라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기회복으로 세입을 늘리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가 지난달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힌 올해 성장률은 2.3%다. 지난해 9월 예산안 편성 때의 전망치 4%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 하반기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올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성장률 감소로 세입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재정수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 정부 임기 내에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출구조조정을 비롯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현재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충실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세입 추계를 너무 높게 잡았기 때문에 지금은 국채를 발행해 세입 부족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증세 등 세입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