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마라톤 폭탄 테러] 미국 내 극우파냐 국제 테러조직이냐
입력 2013-04-16 18:13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누가, 왜 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아직 모른다. 모든 사실을 파악하기 전까지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사법·정보당국은 내부적으로 테러 행위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혐의를 두는 특정 조직이나 개인은 없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크게 미국 내 극우파거나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 혹은 알카에다 이념에 동조하는 미국 자생 과격분자 등으로 좁혀진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 정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알카에다에 고무된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이 이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을 폭파한 티머시 멕베이 등 ‘연방정부 자체가 악’이라고 여기는 미 극우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공공장소에서 다발적으로 폭탄을 터뜨리는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수법과 유사하고, 공공건물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는 “여러 정황을 볼 때 미국 내에서 조직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범인이라면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나 지하철 등 더 대중의 시선을 끌고 상징성이 큰 시설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 내 반정부 극우파일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미 극우파들은 매사추세츠주의 ‘애국자의 날’(4월 셋째주 월요일)이 시작되는 주에 폭력 사태를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 1995년 발생한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청사 폭탄테러도 4월 19일 발생했다. 4월 15일이 미국의 세금 신고 마감일이라는 점을 연방정부를 증오하는 극우파의 소행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국제테러조직이 폭탄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측에서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 당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보복 공격을 경고한 데다 알카에다를 비롯한 국제테러조직이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내부 보안 조치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국제테러조직이 미국에 잠입해 테러를 저지를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