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배신… 강화유리 냉장고·세탁기 저절로 깨지는 피해 속출

입력 2013-04-16 18:09


지난해 말 강화유리 냉장고를 구입한 이모씨는 냉장고의 문짝이 3주 만에 원인 없이 깨지며 유리파편이 손가락에 박혀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아침을 준비하려고 냉장고 문을 여는데 갑자기 ‘퍽’소리와 함께 냉장고 양문 중앙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깨졌다”며 “해당업체는 어떤 식으로든 충격이 간 것이라며 내게 과실을 떠넘겼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모씨는 빨래를 하려고 드럼세탁기 문을 여는 순간 유리가 깨지는 사고를 당했다. 구입한지 1년 된 세탁기였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파손된 유리문을 자비로 수리해야 했다.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이 깨지거나 폭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피해 보상이나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가 없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지난해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가전제품 강화유리 파손 사례를 취합한 결과 총 21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강화유리 냉장고 및 김치냉장고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스레인지 및 오븐 6건, 드럼세탁기가 1건으로 뒤를 이었다. 파손 사고 중 ‘외부 충격 없이 갑자기 파손된 자파사고’가 13건(62%)으로 ‘크고 작은 충격에 의한 파손’ 8건(38%)보다 많았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관계자는 16일 “강화유리는 원재료인 판유리 제작 과정에 불순물이 유입될 경우 강화처리 후 부피가 팽창해 자체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원인 불명이나 이용자 과실로 처리된다. 컨슈머리서치 측은 “일선 매장에서는 ‘망치로 치지 않는 한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를 사용했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그러나 파손 가능성은 설명하지 않고, 파손사고 발생시 제조사는 사용자 과실로 간주해 유상수리만 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 폭발 사고로 인한 부상도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5월 김모씨는 전자담배를 충전기에 꽂아두고 자다 배터리가 폭발해 파편이 얼굴에 튀어 화상을 입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담배 충전 중 폭발’ 사례는 4건이다. 소비자원 측은 “전선의 피로도 누적 등으로 배터리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현재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로 분류돼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관리 대상 전기용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성 기준 및 관리 기관은 없는 상태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