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번엔 스포츠 테러, 또 당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중 폭탄 터져

입력 2013-04-16 17:58 수정 2013-04-17 01:20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지구촌 스포츠의 꽃 마라톤이 폭탄 테러에 스러졌다. 그것도 ‘9·11테러’ 이후 12년 만에. 미국 정부가 혼신을 기울여 온 ‘테러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다시 미국 본토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미국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제117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린 15일(현지시간) 오후 2시50분쯤 결승선 근처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76명이 부상했다. CNN방송은 사망자 중에는 8세 소년과 20대 여성이 포함돼 있고, 중태인 사람도 17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CBS방송은 경찰 소식통의 말을 인용, 폭발물 2개가 쓰레기통에서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사건과 관련해 구금 중인 사람은 없으며 대회에 앞서 어떤 위험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미뤄 테러 사건이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건과 관련해 “폭발물을 사용한 어떤 행위도 잔인한 테러행위”라며 “가해자가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폭발 사건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무슨 동기로 그랬는지 아는 것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반드시 찾아내 비겁한 테러행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백악관을 비롯해 모든 미국 내 공공건물 등에 대해 20일까지 닷새간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테러 현장 부근에 있다 부상한 한 사우디 국적자를 연행해 조사하고 있으나 그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사건 이후 뉴욕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과 영국 프랑스 주요 도시에 테러 경계령이 내려졌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후안 카를로스 자르테는 “미 본토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스턴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안동식씨로 알려진 한국인 유학생이 대회를 관람하다 부상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