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족 57만명… 생계·양육 ‘이중고’

입력 2013-04-16 18:01


인천의 한 지역아동센터 급식조리사로 일하며 초등3학년 딸을 혼자 키우는 강수진(가명·32·인천 남동구)씨. 2005년 남편이 가출한 뒤 평범한 중산층 주부는 저소득 한부모가 됐다. 2007년 양육비 소송에서 이긴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은 양육비를 한 푼도 주지 않고 사라졌다. 그나마 강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구청 담당자의 권유로 직업교육을 받고 현재 자활근로로 월 90여만원을 번다. 초등3학년 딸은 방과 후 그가 일하는 아동센터에서 돌봐준다. 강씨는 “친정이 돕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각종 복지제도가 없었다면 혼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의 삶은 현재 우리나라 한부모가족의 전형에 가깝다. 이혼, 사별 등으로 배우자 없이 혼자 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사는 한부모가족은 전국적으로 57만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부모가족 규모가 추산되는 건 처음이다. 소득은 일반가구의 절반, 자산은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가 2012년 10월∼지난 2월 전국 한부모가족 2522가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한부모가족은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양육과 생계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12일 밝혔다. 한부모가족은 모자(母子)가 63.1%, 부자(父子)가 36.8%였다.

이들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172만원으로 전체 가구(353만원)의 절반, 순자산은 5549만원으로 전체 가구(2억6203만원)의 5분의 1(21%)에 불과했다. 또 이들 한부모의 83%는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취업률은 86.6%로 높았지만 임시·일용직(39.5%) 등 고용은 불안했다.

한부모가족의 경우 자녀가 돌봐주는 어른 없이 방치되는 돌봄공백도 심각했다. 한부모가족의 미취학 자녀(평균 하루 2.8시간) 중 10.4%, 초등학생(3.7시간) 52.7%, 중학생(3.6시간) 56.2%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울증을 앓는 한부모의 비율은 24.5%로, 일반인 우울증 경험률(13.2%)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