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이 청년 혁신가들의 소통 공간으로… ‘스페이스 노아’ 정수현 대표

입력 2013-04-16 17:51


“공간은 소유하면 비싸지고 공유하면 풍성해집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스페이스 노아’의 정수현(29·여·청파교회) 대표의 공간 철학이다. 유흥가의 중심이었던 서울 북창동에 들어선 스페이스 노아는 프리랜서 등 개인이나 단체에 작업실이나 모임 공간을 대관하는, 공익성을 겸비한 비즈니스 커뮤니티로 3개월여 만에 젊은이들의 명소로 떠올랐다.

정 대표는 16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메시지가 청년들에게 전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선한 청지기의 마음을 지닌 공간 관리자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가 공간에 대한 열정을 품게 된 건 청년 크리스천 커뮤니티 공간인 서울 명동 청어람 아카데미에서 4년간 스태프로 일하면서다.

“사람들이 공간을 매개로 문화를 만들고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걸 체험하면서 영감을 얻었어요.” 젊은이들이 머물면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는 ‘프로젝트 노아’ 대표인 박근우(닥터노아 치과의원) 원장을 우연히 만나면서 꿈이 현실로 바뀌었다.

프로젝트 노아는 ‘세상 속 선한 메시지들을 다양한 형태로 유통해 보자’라는 취지로 박 원장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팀이다. 현재 스페이스 노아를 포함, 노아 시민대학과 인디출판 노아 등 9개 팀으로 꾸려져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미래를 준비했던 구약성서 속 ‘노아’를 본받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박 원장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공간 기획에 뛰어든 정 대표가 베이스캠프로 둥지를 튼 곳은 북창동. 룸살롱촌이 빼곡했던 이곳에서 그는 “청년 혁신가들의 모판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준비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비틀대는 취객들이 드나들었던 룸살롱 ‘플라멩고’는 그렇게 문화·지식인을 위한 소통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치 16세기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살롱(예술가들의 문화향유 공간)’처럼.

현재 스페이스 노아에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맥 컴퓨터 17대가 설치된 위미디어랩을 비롯해 스파크룸·위키룸 등 대관이 가능한 세미나실 4곳과 카페홀 등이 마련돼 있다. 입주를 신청하면 월 7만7000원으로 세미나실 등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 4명 등 36명이 입주한 상태. 입주자 사이에서는 멘토-멘티 관계도 형성돼 있을 정도로 소통이 활발하다. 인문·사회학 강좌를 비롯해 예술가와 벤처투자기업을 이어주는 프로젝트 등도 준비 중이다. 최근 스페이스 노아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국의 대표적인 공간 커뮤니티인 ‘허브’보다 더 창의적인 곳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나님의 것을 함께 나누는 선한 청지기가 되자.’ 정 대표가 늘 되새기고 있는 원칙이다. 나아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만 한 다양한 메시지들이 스페이스 노아를 통해 모이고 확산되는 ‘미디어’ 기능까지 그는 꿈꾸고 있다. “하나님은 말과 글로 역사하시니까요.”

박세환 전수민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