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부다페스트의 대역전 드라마’

입력 2013-04-16 17:35 수정 2013-04-16 22:28


역대 전적은 1무9패. 한국 아이스하키는 헝가리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경기 전 분위기도 엇갈렸다. 한국은 지난 15일 첫 경기에서 강호 이탈리아에 0대 4로 졌다. 반면 헝가리는 영국을 4대 2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헝가리는 극성스러운 홈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1피리어드에서만 3골을 뽑아 3-0의 리드를 잡았다. 2피리어드가 시작되자 한국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포기하지 않고 하나가 되어 헝가리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결국 경기를 뒤집는 ‘부다페스트의 기적’을 일으켰다.

변선욱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스포르트아레나에서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A그룹(2부) 대회 2차전에서 홈팀 헝가리에 5대 4(0-3 1-1 3-0 0-0 승부치기<1-0>)로 역전승했다. 지난 31년간 단 한 차례도 이겨본 적이 없는 헝가리를 상대로 거둔 역사적 승리였다.

종전까지 한국(세계랭킹 28위)은 1982년 스페인 하카에서 열린 IIHF 세계선수권 C풀 대회에서 헝가리(19위)에 2대 18로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31년간 10번 맞붙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승점 2를 챙긴 한국은 카자흐스탄, 이탈리아(이상 승점 6), 헝가리(승점 4)에 이어 6개 팀 가운데 4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남은 3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이기면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세운 그룹 A 잔류를 달성한다.

경기 초반은 헝가리의 쇼 타임이었다. 헝가리는 1피리어드에서 세 차례나 한국의 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2피리어드에서 권태안(하이원)의 골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지만 다시 추가골을 허용해 여전히 3골 차로 끌려갔다. 대역전극은 3피리어드부터 시작됐다. 김기성(상무)이 3피리어드 시작 56초 만에 골을 터뜨렸고, 이어 5분 32초에 김원중(상무)이 신상우(한라)의 패스를 받아 한 골 더 따라붙었다. ‘막내’ 신상훈(연세대)은 9분 21초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을 득실 없이 마친 양 팀은 승부치기에 들어갔다. 두 번째 슛까지 1-1로 맞선 상황에서 김기성은 상대 수문장 다리 사이를 노려 골을 성공시켰고, 이어 골리 박성제(상무)가 상대의 세 번째 슛을 막아내 역전 드라마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IIHF 공식 홈페이지도 “‘언더독(underdog·약체)’ 한국이 헝가리에 악몽같은 패배를 안겼다”며 “한국의 이번 승리는 새로운 역사”라고 전했다.

한국은 17일 오후 2연패에 빠져 있는 일본과 3차전을 치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