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안 처리, 국회가 제때 역할 다 해야

입력 2013-04-16 17:30

과도하게 기업 옥죄는 불공정거래 규제는 곤란

정부가 어제 공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 붓기’라는 제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정치권과 재계가 함께 펌프질을 해 줘야 한다. 우선 국회가 제때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 추경안 자체가 4·1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이석준 제2차관은 “국회에서 늦어도 5월 초순까지는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마중물은 소량의 물에 불과해 지하의 많은 물, 즉 기업들의 유보자금과 민간소비를 끌어내지 못하면 1회성에 그치고 만다.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국회의 역할은 막중하다. 특히 최근 경제민주화관련 법안을 놓고 대선 공약보다 더 강화되거나, 공약에 없던 새로운 규제를 포함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재계가 우려하고 있다. 재벌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 개정은 여야 의원들이 시기와 내용 및 실행방안을 주도면밀하게 협의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다.

추경안 규모가 17조3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크다고는 하지만, 사상 최대규모인 12조원의 세입 감축분을 제하면 순수한 세입 확대는 5조3000억원 규모에 그친다. 대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추경 규모를 늘리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재원 확보를 위해 15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야당은 추경안에 대해 세입보전용, 부동산 대책용이라며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5조3000억원도 4·1부동산대책관련 지원에 2조4000억원이 들어가면 일자리와 서민경제 활성화에 이용되는 예산은 2조9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얼어붙은 민간소비와 투자를 시급히 활성화하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도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독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재벌들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 강화 움직임은 그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재벌들이 물류·건설·광고 등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알짜 사업을 떼어주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상속을 해 온 관행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여야 의원의 공조 속에 추진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내부거래의 무죄 입증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등의 새로운 규제를 추가했다. 정치권이 대기업에 투자를 더 해 달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강하게 압박하니까 투자 마인드가 위축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강화되는 규제와 처벌의 최대치와 시행 유예기간을 빨리 합의해 명확한 정책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기업 활동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