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한국의 가구, 세계를 사로잡다
입력 2013-04-16 17:52 수정 2013-04-16 19:20
세계적인 디자인도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난 9∼14일 펼쳐진 ‘밀라노디자인위크’에서 우리나라 디자이너들과 대기업의 전시들이 눈길을 끌었다.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초청해 특별전을 여는 트리엔날레 디자인 전시관에선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이 펼쳐져 세계 각국에서 온 가구 디자이너들의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위크의 중심 행사로 밀라노 위성도시 로에서 열린 ‘제52회 가구박람회’에 모니터, TV 등 전자제품을 후원하고 특별전시관도 열었다. 11개 주요 후원사 중 아시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또,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전시장인 ‘슈퍼스튜디오 피유’에서 아크릴 구(求) 1만 2000개와 8개의 레이저 빔으로 현대차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보여 주는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신진디자이너들이 차세대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가구박람회의 ‘살롱 사텔리테’에 빼어난 디자인들을 선보여 가구 디자인에서도 ‘한국 바람’을 기대하게 했다.
가구박람회를 주최한 코스밋은 주제를 ‘혁신(Innovazione)’으로 내걸었으나 유명가구 업체들조차 지난해 내놨던 디자인을 소재만 달리해 전시하는 등 새로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박람회를 20년째 찾고 있다는 ‘에이스 침대’ 안성호 사장은 “올해는 경기 불황의 여파인지 비용을 들여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디자인을 재해석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35세 미만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살롱 사텔리테에는 이번 박람회 주제에 딱 들어맞는 혁신적인 디자인들이 대거 등장해 가구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해야 참여할 수 있는 이 코너에서 우리나라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단연 빛났다. 16개국 700여명 중 우리나라 디자이너는 10여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디자인과 소재의 참신성은 도드라졌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다는 노일훈(35)씨는 강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밖에 안되는 탄소 섬유를 꼬아 나뭇가지를 형상화한 벤치와 의자, 사람의 뼈에서 이미지를 얻은 테이블 등을 선보였다. 그는 “테이블 받침 제작은 정밀기술을 요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솜씨 좋은 국내 장인들의 실력도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론 아라드를 세상에 소개한 영국 런던 아람갤러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초대전시회를 가진 노씨는 이번에도 여러 곳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철선이 마치 망사처럼 연결되어 있는 와이어 메시로 제작한 전등, 콘솔 등을 출품한 박보미(29)씨는 “가구로서의 기능은 물론 장식적 효과도 뛰어난 작품들로 착시 현상이 새로웠는지 해외 바이어와 전시 담당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착시현상은 선들이 겹쳐지면서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생긴 것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달 항아리를 재해석한 테이블과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스툴 등을 내놓은 김지현(26)씨는 “장고의 선을 살린 스툴의 조형미를 눈여겨보는 이들이 많다”면서 한국적인 이미지에 외국인들도 공감하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김지현(23)·양재혁(26)·송세진(25)씨 팀은 비용을 절감하고 공간을 절약하는 디자인들로 눈길을 끌었다. 벽 코너에 놓고 쓸 수 있는 삼각형 모양의 쓰레기통은 사각형이나 원형 쓰레기통보다 공간과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박은지(32)씨와 김재경(31)·서현진(32)씨는 부스 비용 400만원이 부담이 돼 두 팀이 한 부스에 작품을 전시해놓은 알뜰파. 책 꽂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책꽂이를 들고 나온 박씨는 “대형가구제작사에 디자인을 팔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김씨와 서씨는 쉽게 조립, 분해할 수 있는 2인용 소파와 수납공간이 있는 스툴을 내놨다. 이미 해외 가구 전문지에 소개된 적이 있는 ‘옷 입은 스툴’을 보고 반가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시 부스 중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디스플레이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목가구 이든’은 최재형(33)씨를 대표로 8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공동 부스. 목가구 이든은 관동대 예술공학융합형 기능성 목재가구산업육성사업단이 출시한 브랜드.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송윤섭 팀장은 “친환경을 주제로 폐목재를 활용한 고부가 가치의 상품 가구, 목재와 LED를 융합한 조명가구, 친환경 의자, 목재 소품 등 한국 가구의 창의성과 강원도산 목재의 우수성을 담고 있다”고 자랑했다.
밀라노(이탈리아)=글·사진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