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영훈]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
입력 2013-04-16 17:29
최근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255명의 영국군 전사자 유가족들에게 위로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그는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밤을 새워가며 전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쓰고 한 통씩 편지를 써내려갔다. 참모들은 인쇄한 문구에 서명만 해도 충분하다고 건의했지만, 그는 모든 편지를 자필로 썼다고 한다. 사람들 앞에서 강한 모습만을 보이며 살았던 ‘철의 여인’에게 이런 섬세하고 자상한 면이 있었다는 것은 최측근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처는 영국판 신자유주의 격인 ‘대처리즘’을 주창하면서 그때까지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비효율성의 대명사요 만성적인 ‘영국병’의 주원인이었던 공기업들을 민영화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고 금융 산업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발전’이라는 것이 사회복지를 축소하고 빈부격차를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하고 영국 사회를 이익과 부만을 추구하는 삭막한 ‘천민자본주의화’한 대가에 불과했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이처럼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그가 영국의 최장수 총리로 재직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리더십 가운데 나타난 섬세한 배려와 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덕과 인격
리더십을 ‘영감이 있는 영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과연 무엇으로 이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용장(勇將)이 지장(智將)을 못 당하고, 지장은 덕장(德將)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덕이요, 인격임을 알 수 있다.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은 리더십의 단계를 지위, 허용, 성과, 인물개발, 인격 등의 다섯 가지로 설명하면서 그중 최고의 단계로 ‘인격’을 꼽았다. ‘인격의 힘’의 저자 테드 개벌린과 론 시몬스도 수많은 리더들과 인터뷰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리더십에 대한 토론은 대개 능력과 경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한 개인의 인격과 성실성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지도층의 부정부패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추진한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목적과 동기가 선하면 그 과정(수단, 방법)도 선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갖춰진 능력이 많고 전문성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인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인격적 성숙이 없는 성공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뿐 영속성을 지닐 수 없다.
성경도 지도자를 선택할 때 영적인 성숙과 함께 인격적인 자질을 중시하였다. 예루살렘 신앙 공동체가 급성장하면서 성도 간의 문제가 생겨나게 됐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일곱 명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발했다.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받는 사람”이었다(행 6:3). 다른 말로 하면 영성이 뛰어나고 가진 지식이 많다 해도 공동체에서 덕을 세우지 못한다면 지도자로 세움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참 사랑과 섬김을 실천해야
그러므로 리더가 되려고 하면 먼저 남을 배려하고 용서하며 사랑할 줄 아는 인격자가 되어야 한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 10:43-44)는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보자.
온 인류의 영원한 지도자가 되신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친히 사랑과 섬김의 본을 보이시고, 늘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베푸셨다.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우리도 날마다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작은 예수’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참 리더의 길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