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제민주화 법안 공약 아닌 것도 포함돼 걱정”
입력 2013-04-15 22:14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논의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맨 먼저 ‘경제회복을 위해선 대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주 외국 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우리 기업들에게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큰 스케일에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에 대해 정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된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선 노력하면서 국내 기업한테는 역차별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개정안의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를 염두에 둔 듯 “여야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4·1 부동산 정상화대책 발표에 이어 조만간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을 앞둔 시점에서 투자가 위축되면 정부의 경제 활성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만 규제와 제재를 남발하면 경제회복 속도가 더 ‘슬로 다운’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도 끄집어냈다. 그는 “통신비나 유통구조 감독도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정부 간섭 없이) 저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기업들에 계속 부담을 주면 지키기도 어렵고 힘들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애초 대통령이 생각한 것보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이에 대해 정부가 중심을 잡고 대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사익 편취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만들라는 게 대통령 뜻인데 기업을 처음부터 죄인 취급을 하니 정당한 투자활동까지 위축된다”며 “새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일감 몰아주기 입증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 갓 넘었는데 벌써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경제민주화의 절실함에 대한 대통령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부당한 부분은 단호하게 규제하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경제민주화는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투명한 경쟁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 말씀은 이 과정에서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경제민주화 후퇴가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