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글로벌 맞춤형 전략-양현석 대중간파 능력의 힘
입력 2013-04-15 19:42 수정 2013-04-16 00:57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6)의 신곡 ‘젠틀맨’의 초반 질주가 무섭다.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15일 오후 5시를 넘어서며 6000만뷰를 돌파했다. ‘강남스타일’은 5000만뷰 돌파에 36일이 걸렸다. 젠틀맨은 이날 영국 오피셜차트 컴퍼니가 집계하는 ‘UK 싱글차트 톱 100’에도 61위로 첫 진입했다. 아이튠즈 싱글 차트에서도 20여개국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전작을 뛰어넘는 초반 돌풍의 비결은 뭘까. ‘강남스타일’로 국제 무대를 맛본 싸이의 글로벌 맞춤형 전략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 특유의 ‘대중 간파 능력’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13일 싸이의 단독 콘서트 ‘해프닝(HAPPENING)’은 마치 국가대표 출정식을 연상시켰다. 싸이는 유튜브로 전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곳곳에서 ‘코리안 스타일’을 배치했다. 공연 막바지 ‘위 아더 원(We are the One)’을 부르며 “우리가 누구 (아라리요) 여기는 어디 (대한민국)”을 노래했다.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엔 태극기가 보였고, 드럼과 꽹과리에 이어 등장한 태평소 소리는 한국적 색채를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2006년 월드컵 응원가로 만든 곡이었지만, 최근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외신의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더없이 탁월한 선곡이었다.
반면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국내가 아니라 철저히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뮤직비디오 속 B급 유머와 섹시코드는 그야말로 해외용이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브라운아이드걸스’ 출신의 가수 가인(26)은 포장마차에서 농염한 표정으로 어묵꼬치를 베어 물거나 가로등을 붙잡고 ‘19금’ 댄스를 선보인다. 가인은 “한국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뮤직비디오의 성적 장치는 미국식 개그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이 뮤직비디오를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붙들고 편집한 건 양 사장이었다. 15년간의 DJ생활을 통해 대중의 욕구를 직관적으로 읽어내는 감을 토대로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적절한 수위를 딱 잡아냈다. 양 사장 주변에선 “그는 대중과 소통하는 채널을 십분 활용해 누구보다 빨리 대중이 원하는 것을 읽어낸다”고 평한다.
이 뮤직비디오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기제는 ‘누구나 따라하기 쉽다’는 것. 이미 유튜브에 올라온 많은 패러디와 플래시몹 동영상이 이를 반영한다. 영국의 일간지는 시건방춤의 안무 가이드를 실었다. ‘시건방춤’ 외에 싸이가 팔과 다리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춤은 ‘꽃게춤(Crab dance)’이라 불렀다. 이주선 단장은 ‘좀비춤’이라고 소개했지만, YG측에서 좀 더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이름을 붙였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태규씨는 “‘팬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초반 출반은 현저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우리가 그동안 ‘빌보드 차트 2위’, ‘아이튠즈 1위’의 기록이 무엇인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