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서림·삼양다방·창작지원센터·모자박물관·시민놀이터… “추억이 그리우면 전주동문거리로 오세요”

입력 2013-04-15 19:13


도시화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던 전주시 전주동문거리가 시민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콩나물국밥집 건물이 창작지원센터로 변신했다. 입시학원 빌딩은 국내 유일의 모자박물관이 되었고, 옹기종기 작은 가게들은 문화센터라는 건물로 재탄생했다. 예전의 예술 향기가 다시 솔솔 풍겨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전주성의 동문(東門)이 있었던 전주동문거리 일대는 1970∼80년대 전주의 문화 중심거리였다. 홍지서림과 헌책방은 학생과 문학청년들의 산실이었고, 클래식을 틀어주던 음악감상실은 청춘 남녀들의 데이트코스였다.

하지만 도시의 팽창으로 1990년대 들어 해마다 사람의 발길이 줄었다. 도시재생을 위해 노력하던 전주시가 지난해 전북도, 문화단체와 힘을 합쳐 ‘동문예술거리’로 이름 붙이고 변신을 꾀해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먼저 동문길 큰 사거리에 신진 작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지원센터 1호가 들어섰다. 시각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저렴하게 판매도 한다.

건물 옥탑방 등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예술가들은 동문문화센터를 지었다. 옛 대성학원 건물은 유명 디자이너 모자 업체가 루이엘 모자박물관으로 꾸몄다.

보름 전엔 길 건너에 ‘시민놀이터’도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어른들을 위해 마련된 문화·예술활동 공간이다. 3층 건물을 24시간 개방,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거리의 중심은 역시 홍지서림과 삼양다방이다. 전북 최대 서점이었던 홍지는 50여년째 문학청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국내 최장수인 삼양다방은 62년째 성업 중이다.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은 새봄맞이 축제도 열었다. 최근 이틀간 열린 ‘동문예술거리 페스타’는 ‘낭만의 거리 7080’을 주제로 내걸었다. 예술벼룩장터가 열리고, 복고 풍경 전시회에 이어 아마추어 밴드들의 음악파티도 진행됐다. 전주의 특징인 시민 판소리 한 대목 겨루기도 마련됐다.

전주동문예술거리추진단 이수영 기획팀장은 “예전 전주의 문화예술 중심지였던 이 일대가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며 “어깨를 붙이고 있는 한옥마을과 연계해 멋진 공간으로 변신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