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꼬리내린 반부패운동

입력 2013-04-15 18:47

“많은 관리들은 재산 공개를 하면 사회불안이 초래될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기율검사위 전체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리는 최근 광둥성 관리들에게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이 관리는 “기율검사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눠 본 모든 관리들은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었다”며 “이를 조금이라도 공개하면 인민들의 분노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의에서 관리들이 이러한 발언을 하는 것을 자오훙주(趙洪祝) 기율검사위 부서기도 들었으나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SCMP는 이와 관련해 “회의에서 재산 공개에 대해 말을 꺼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회의가 끝난 뒤 관련 보도에서 부패 문제에 대한 강경파로 꼽히는 왕치산(王岐山) 기율검사위 서기가 “반부패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해외에 친지를 두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부패운동에 있어서 핵심적인 안건으로 꼽히는 재산공개에 대해서는 왕치산마저도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공무원 재산공개를 강제화하는 법률이 도입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물거품으로 끝났다.

당시 중국 언론 매체들은 류치바오 당 중앙선전부장으로부터 재산공개 문제에 대해 질문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SCMP는 전했다. 류 부장은 언론에 “당의 노선을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고 밝히면서 “재산 공개는 언론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더 이상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두광(杜光) 전 중앙당교 교수는 “최고 지도부가 재산 공개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지도부의 반부패 다짐은 립서비스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영 CCTV는 지난 1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 엄명으로 나랏돈으로 값비싼 음식과 술을 사먹는 관리들의 관행이 금지됐지만 이를 비웃듯 공직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비밀 고급 식당이 은밀히 영업 중이라고 고발했다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한 비밀 식당은 공원과 사찰, 전통 골목인 후퉁(胡同)의 사합원(四合院) 등지에 숨어 있다. 이들 식당의 1인당 가격은 최소 598위안(약 10만8000원)에서 최대 6000위안(약 109만원)까지 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