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 차베스 후계자 박빙승리… “볼리바르 혁명 지속”

입력 2013-04-15 18:48 수정 2013-04-16 00:55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51)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까스로 승리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 마두로가 750만여표를 획득, 50.66%의 득표율을 기록해 727만표(49.07%)에 그친 야권 단일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40)를 누르고 승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두로는 향후 6년간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승리가 확정되자 마두로는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나는 용기와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싸움은 계속된다”고 선언했다. 차베스식 사회주의 개혁인 ‘볼리바르 혁명’을 지속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트 차베스’ 시대의 첫발은 차베스 시절 정책을 계승하는 것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영석유공사(PDVSA)의 수입을 기반으로 빈민층을 지원하고 각종 복지제도를 지탱하는 정책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의 뜻에 따라 체결된 ‘페트로카리브 조약’으로 베네수엘라로부터 값싸게 석유를 공급받으며 경제를 지탱했던 쿠바 등 남미 각국도 한숨 돌리게 됐다. 카프릴레스는 선거운동 기간 공공연히 “석유 저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안 불안과 고물가·고실업, 원유 생산량 감소 등 차베스 살아생전 베네수엘라를 괴롭혔던 유산도 마두로가 떠안아야 한다. 오랫동안 이어진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로 재정적자가 불어났고, 중산층 이상 계층의 불만도 팽배해진 상태다. 환율과 석유 생산을 정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 경제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지층 이탈도 심상치 않다. 마두로가 얻은 50% 득표율은 지난 10월 차베스가 확보한 55%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차베스 집권 14년간 최악으로 치달았던 미국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 마두로는 취임 일성부터 자신이 ‘더러운 전쟁’의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민주주의를 공격하기 위한 국제적인 시도가 있다”, “나는 이 나라의 주권에 간섭하고자 하는 자들에 맞서 절대 약한 모습을 내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두로가 차베스 사망 직후 독살설을 제기하며 미국을 배후로 지목한 게 한 달 전 일이다. ‘국제적인 시도’의 주범이 누구일지 추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마두로의 당선을 환영하고 나섰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베네수엘라와 러시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중국 외교부도 “마두로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앞선 것과 달리 23만여표 차로 나타난 아슬아슬한 승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카프릴레스 측은 재검표를 요구한 상태다. 카프릴레스는 “우리가 가진 결과는 발표된 것과 다르다”며 “진 것은 정부”라고 말했다. 마두로에게는 “오늘 가장 큰 패배자는 당신”이라고 직접 비난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