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내 대북 엇박자 바로잡아야 한다

입력 2013-04-15 18:47

한반도는 아직 위기 상황…한목소리로 북한 오판 막아야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의에 이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연쇄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축하면서도 “앞으로 대화가 이뤄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북한이 내부적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 꾸준히 위협 강도를 높여온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행사에 주력하고 있어 당분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뒤흔들 만한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북한은 지난 연말부터 긴장을 조성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의 권력 기반 강화와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 부각 등의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공갈을 놓는 와중에 경제통인 박봉주 당 경공업부장을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한 것은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2007년 당과 군부의 견제로 해임된 그가 내각총리로 재기용될 소지가 커졌다는 의미다. 나아가 이는 김정은이 경제건설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선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김정은이 폐쇄적 자주 노선을 전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아직 김정은이 태도를 바꿨다고 평가할 만한 분명한 징후가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말대로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은 언제라도 있다고 보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게 맞다. 북한이 저강도 도발이라도 자행하면 100배로 응징한다는 의지도 다잡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대북 자세는 유감스럽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대북 대화 제안을 놓고 혼선을 빚은 바 있다.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둔 날, 국무총리는 압박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을 때에는 “북한이 완전히 대화의 문을 닫은 게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몇 시간 뒤에 “참으로 유감”이라는 강경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내에서조차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건 평가할 만하지만, 정부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줘 자칫 남북관계를 더욱 꼬이게 할 소지가 있으며, 국민들 사이에 괜한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한 내부 조율에 보다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정부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전쟁 괴담’도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