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대책 대증요법보다 원칙이 필요하다
입력 2013-04-15 18:40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는 시장을 면밀히 살핀 뒤 긴 안목을 갖고 분명한 원칙에 따라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역만 들여다보고 단기적인 대증요법만 쏟아내면 부동산 경기는 끊임없이 ‘냉탕-온탕’을 오갈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는 4·1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놨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 기조로 삼았던 ‘수요 억제·공급 확대’를 뒤집어 이번에는 공급은 줄이고 수요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세제 혜택에서는 생애 최초 취득세 한시 면제,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 한시 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및 단기 보유 중과 완화 등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대책이 나오자마자 양도소득세(85㎡·9억원)·취득세(85㎡·6억원) 감면과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이 기준에 근접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 강북이나 지방 중대형 주택의 상당수는 5억원이 넘어도 면적 기준을 초과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강남 대책’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결국 집값 기준을 하향 조정하고 면적 기준을 사실상 없애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각 지역 부동산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한 데 따른 결과다.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도 처음 손을 댔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그냥 둬야 했지만 눈앞의 경기 활성화라는 대명제 앞에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 부작용이 우려되는 모르핀 주사를 놓은 거나 다를 바 없다. 더욱이 투기 성향을 부추기는 쪽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위축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동산 거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은 듯하다.
정부가 시장 상황에 맞춰 정책을 신축성 있게 조정하는 것을 두고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기 대책을 쏟아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일관성 없이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널뛰기식으로 규제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상황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충분히 보지 않았던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미국 정부의 처방 원칙은 ‘충분하고도 지속적인 대처’였다는 점을 우리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단기간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구조 변화를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불변의 원칙을 마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