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총리실 간부 PC에 웹캠 설치… “서울 오지 말고 화상보고 하라”
입력 2013-04-15 18:28
15일 정부세종청사 몇몇 사무실은 때아닌 카메라 설치 작업으로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 주요 간부들의 업무용 PC에 화상채팅에 주로 쓰이는 ‘웹캠(webcam)’을 설치한 것이다. 고위 공무원들의 PC에 웹캠이 설치된 것은 화상채팅이 아니라 화상보고를 위해서다.
그동안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 간부들은 긴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을 경우 보고와 결재를 위해 1주일에도 몇 차례씩 서울로 출장을 다녀와야 했다. 서울에서 총리의 일정이 이어질 경우 마냥 기다리다가는 업무를 진행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출장비 낭비는 물론 업무 비효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됐고 결국 정홍원 총리는 “서면보고를 최대한 활성화하되 더 긴급한 사안이 있을 경우엔 화상보고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고육지책이지만 정 총리는 화상보고에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내가 서울 가 있는 동안 보고하기 위해 간부들이 따라오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한다”며 서면보고와 화상보고를 대안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할 땐 보고서를 읽고, 청사에 머무를 때는 화상보고를 받겠다는 것이다. 평가가 괜찮을 경우 전 부처로 확산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총리는 국회 출석을 위해 간부들이 우르르 몰려나가는 모양새도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회로부터 일정 시간 전에 질의 요지를 전달받도록 되어 있는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답변이 충실해지고 간부들의 국회 출석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총리비서실은 조만간 이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서면·화상보고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서면보고를 하면 총리가 보고서를 읽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화상보고 역시 총리 일정상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