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숨고르는 北, 미사일 카드 쥐고 ‘대화·도발’ 저울질
입력 2013-04-15 18:14 수정 2013-04-15 22:16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제1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맞아 15일 0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인민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 1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 이후 14일 만이다.
그러나 태양절 행사는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신무기 과시를 위한 열병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지난해(100주년)와 달리 꺾어지는 해(연도나 나이가 0이나 5로 끝나는 해)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북한은 열병식과 함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KN-08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 제1위원장도 직접 20여분간 연설을 했다.
정부는 북한이 태양절을 기점으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위협이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구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만나 체제 안정화를 꾀하고 대북 원조를 이끌어 내겠다는 시각이다. 실제 북한은 1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공격했지만, 미국에 대해선 비난의 화살을 날리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대화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한반도 긴장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이 우리 정부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의 정책과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월 15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뜻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까지 언급했다”며 “박근혜정부가 전 정부와 정말 다른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위협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10일 미사일 발사설이 나왔지만 벌써 닷새가 지났고, 그러다 보면 여러 사정이 생기기 때문에 더 길게 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원산 등 함경남도 지역에서 식별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은 지난 11일 이후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