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하나만 사도 자동으로 기부… ‘착한 소비’ 뜬다
입력 2013-04-15 18:11
주부 김모(32)씨는 얼마 전 태어난 아이에게 따뜻한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에 실생활 기부를 시작했다.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때면 ‘제휴 기부’를 할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용하고, 차를 마실 땐 미혼모들이 운영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카페를 찾는다. 김씨는 “돈이 많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부를 대신 해주는 가게들이 있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소비를 하면서 부담 없이 기부에 동참하는 ‘나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도 구매와 나눔을 연결한 기부 마케팅으로 ‘착한 소비’를 돕고 있다.
카페 로티보이는 지난 14일부터 서울 명동·용산 등 직영점 5곳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캠페인’을 시작했다. 소비자가 커피값을 미리 지불해 놓으면 커피숍 측이 이를 노숙인과 실직자 등 불우이웃에게 커피를 제공한다. 최근 SNS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캠페인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영국 미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로티보이의 ‘착한 아메리카노’ 메뉴는 소비자가 20% 할인된 석 잔 가격을 내고 두 잔만 가져가며 남은 한 잔은 매장에 기부된다. 회사 관계자는 “적립된 잔 수를 매장에 표시해두고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형편상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지난 3월부터 봄 한정 메뉴를 시키면 1인당 1000원씩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제휴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 호응이 좋아 15일 현재 938만원이 적립됐다. 이 돈은 대학생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구매 시 저절로 같은 물건 하나를 기부할 수 있는 ‘원포원(One for one)’ 기부도 인기다. 신발회사 탐스슈즈는 한 켤레를 구매하면 한 켤레를 저개발 국가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 자전거 업체 에이모션도 자전거 한 대를 팔 때마다 한 대 기부하는 이벤트를 지난달 시작했다. 한 달반 동안 판매된 자전거는 70여대. 에이모션 측은 이달 말까지 판매된 자전거 수만큼 어린이용 자전거를 보육원에 기부할 예정이다. 구매한 고객의 이름으로 기부금 영수증까지 발급한다.
SNS와 인터넷을 통한 ‘물품 나눠쓰기’도 확산되고 있다. 나눔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남는 물건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릴레이 나눔’운동도 활발하다. 15일 포털 사이트 지역 커뮤니티 카페와 중고품 거래 카페의 ‘나눔 게시판’에는 한 철 쓰고 마는 유아용품이나 몸에 맞지 않는 의류, 대량 구매한 식품들을 나누고 싶다는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허경옥 교수는 “과거 소비자들의 목표가 개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를 통해 나눔의 행복을 느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라며 “새로운 방식의 윤리적 소비나 착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김유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