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도 ‘朴대통령 검찰개혁 의지’ 놀랐다

입력 2013-04-15 18:03 수정 2013-04-15 22:18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야당 지도부를 만나 남다른 검찰 개혁 의지를 보이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을 향한 ‘박근혜 청와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참석자들이 조속한 검찰 개혁을 언급하자 “내가 약속하고 공약한 것이니 여야가 합의해 빨리 처리하기 바란다. 각별한 관심을 갖고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참석했던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5일 “검찰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말투나 분위기가 상당히 단호해 우리가 놀랐다”며 “박 대통령의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검찰 개혁 이야기를 잘 꺼냈다고 반색하더라”고 전했다. 일부 청와대 참모는 박수치는 시늉까지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 개혁을 내걸었다. 검찰도 내키지는 않지만 공식적으로는 중수부 폐지를 수용했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18대 국회의 논의 사례, 검찰의 물밑 반발 등을 감안할 때 논의가 길어지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도 커진다. 검찰 출신 여당 의원들이 부정적인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여야는 이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지만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제 도입 등 핵심 의제를 사개특위에서 다룰지, 국회 법사위에서 다룰지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와 함께 검찰과의 ‘악연’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치열한 당내 경합을 벌였고, 당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BBK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때 박 대통령 주변에서는 정치 검찰의 폐해를 절감했다고 한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만 했어도 박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이 5년 빨라졌을 것이라는 서운함도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검찰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치열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 발표가 난 뒤 이에 반발해 줄사표를 쓴다거나 조직적으로 반발한 사례가 없다”며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는, 섬세하게 설계된 인사로 검찰 동요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정교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검장급 승진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15기를 대거 용퇴시키고 16기에 이어 17기까지 등용하는 형태로 검찰 장악력을 높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검찰은 폐지되는 중수부를 대체할 조직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 개혁의 향방이 주목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