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불법하도급 처벌 입법 추진에 긴장

입력 2013-04-15 18:00 수정 2013-04-15 22:07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였던 ‘창조경제’ 논의가 시들해지고 ‘경제민주화’ 정책이 하나둘 구체화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은 정책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7일 재벌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조항 개정 작업이 남아있지만 계열사 간 거래를 부당한 것으로 보고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하겠다는 것이어서 기업들에 미치는 파장이 클 전망이다.

앞서 정무위는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하도급 거래시 부당한 단가 인하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리도록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계는 이를 압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15일 “창조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애매모호하고 당장 나오는 것이 없어 벌써부터 피로감이 상당한 것 같다”며 “관심의 초점이 경제민주화로 옮겨지면서 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켜 국내 투자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계열사는 물론 중소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아예 해외에서 아웃소싱을 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혁부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세제팀장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감 몰아주기 거래에 대해 소급과세를 추진할 경우 법적안정성을 저해하고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면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등기임원의 개별보수 공개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총액을 승인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개별연봉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개별 기업들은 말을 아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 없이 정부가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 ‘선도형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겠다고 했던 게 불과 열흘 전”이라며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활동은 옥죄면서 투자와 고용은 늘리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광고나 시스템통합(SI) 등은 지난해부터 외부 업체와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경쟁 입찰을 하고 있다”면서 “내부 계열사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해외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