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롯데, 인천터미널 인수 후 점포 2곳 매각하라”
입력 2013-04-15 17:56 수정 2013-04-15 22:31
유통업계 라이벌 신세계와 롯데의 인천터미널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의 인천터미널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롯데는 안도했고 신세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롯데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우회적으로 인수했다고 판단하고 점포 매각 등 시정조치를 15일 내렸다. 인수 행위를 승인하되 2017년 신세계 인천점 인수 후 6개월 이내에 인천과 부천지역 롯데백화점 3개 점포 중 2개를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롯데산업개발이 신세계 인천점이 입주해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를 인수한 것은 인천·부천지역 백화점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봤다.
롯데인천개발이 지난 1월 인천시와 인천터미널 부지를 9000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지역 백화점 시장 점유율이 기존 31.6%에서 63.3%로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롯데가 시장을 장악할 경우 판매가격 인상, 소비자 선택 폭 제한, 서비스 질 저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강화되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롯데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롯데는 시정조치에 따라 2017년까지 인천·부평·중동점 등 인천·부천지역의 기존 3개 백화점 중 인천점을 포함해 2개 점포를 특수관계인 이외의 사업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 결정에 롯데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시정 조치가 롯데에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계산에 따르면 인천터미널 인수에 영향을 주지 않을뿐더러 매출에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롯데 중동점 2644억원, 인천점 2315억원, 부평점 1276억원이었다. 인천점과 부평점을 합쳐도 신세계 인천점의 7200억원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난주 공정위 심사 결정이 나자마자 매매계약일 10일을 넘겨 발생한 연체금 20억원과 잔금을 인천시에 지급하고 소유권 이전까지 완료했다.
2017년이면 시장 점유율 변화 등 시정 조치를 무색하게 할 다양한 요인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기존 기업결합 건이 행위에 대한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데 비해 이번 결합 건은 행위는 현 시점에서 벌어지는데 그 효과는 5년 후에 벌어지는 특수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2017년 경쟁 상황에 따라 시정조치가 취소되거나 이행시기 연장의 가능성 역시 광범위하게 열어 두고 있기 때문에 시정 조치에 따른 실효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따라서 신세계는 인천시와 롯데 간 매매계약 무효 확인과 이전등기 말소 등을 비롯한 본안 소송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계약의 부당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심사 결과가 인천시와 신세계 간 법원 항고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며 ”신세계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서윤경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