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짜리 버디… 스콧, 7번 준우승 ‘호주의 恨’ 풀다
입력 2013-04-15 17:34 수정 2013-04-15 22:38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제77회 마스터스에서 새로운 역사가 펼쳐졌다. 호주선수 첫 챔피언. 롱퍼터를 사용한 첫 우승자. 그 주인공은 애덤 스콧(33)이었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미국)의 전성기를 함께한 캐디가 스콧의 백을 메고 또다시 마스터스를 정복하는 화제를 낳았다.
스콧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4라운드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쳐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를 낚았다. 연장 첫 번째 18번홀(파4)을 파로 비긴 뒤 10번홀(파4)에서 치러진 두 번째 연장에서 스콧이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카브레라를 따돌렸다. 자신의 첫 번째 메이저대회이자 호주선수로는 처음 마스터스 챔피언에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었다. 우승 상금은 144만 달러(16억3000만원). 세계랭킹도 7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스콧은 “마스터스에서 호주 선수로 처음 우승을 차지할 운명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기뻐했다.
미국과 함께 골프 강국인 호주 선수들은 그동안 브리티시오픈에서 9회, PGA챔피언십 4회, US오픈에서 2회 정상에 올랐지만 유독 마스터스와는 7번 준우승에 그칠 정도로 인연이 없었다. 2011년 대회에서 제이슨 데이와 애덤 스콧이 나란히 공동 2위, 제프 오길비가 공동 4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만일 스콧이 연장전에서 졌더라면 데이가 단독 3위, 마크 레시먼이 공동 4위에 오르면서 ‘호주 징크스’가 더 깊어질 뻔했다. 특히 ‘백상어’ 그레그 노먼은 1986년과 1987년, 1996년 등 세 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며 끝내 마스터스의 한을 풀지 못했다.
스콧은 경기후 “노먼은 나에게 많은 시간과 영감, 신념을 줬다”면서 “우승 일부는 노먼을 위한 것”이라며 우승의 영광을 노먼에게 바쳤다.
2000년 프로에 데뷔한 스콧은 2004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06년 투어챔피언십 우승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9승을 쌓았다. 2011년부터 우즈가 해고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와 호흡을 맞췄다. 윌리엄스는 1999년부터 줄곧 우즈와 함께하며 우즈의 메이저 14승 가운데 13승을 합작한 명 캐디. 마스터스에서도 3승을 함께 이뤄냈다. 스콧은 이번 대회에서 코스에 훤한 윌리엄스에 의지하며 경기를 이어갔다. 스콧은 틈날 때마다 윌리엄스에게 조언을 구했고, 연장 2차전에서 스콧이 떨리는 마음으로 버디 퍼트를 할 때도 윌리엄스가 버티고 있었다. 스콧은 우승 퍼트 상황에 대해 “어두워져 그린이 잘 보이지 않아 읽기가 어려워 윌리엄스를 불렀다”면서 “그 퍼트 때 윌리엄스는 나의 눈이었다”고 극찬했다.
한편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노렸던 우즈는 공동 4위(5언더파 283타)에 올랐다. 2언더파 286타를 친 재미교포 존 허는 공동 11위에 올라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