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형만] 순천에서 열리는 세계정원축제

입력 2013-04-15 18:48


자고로 순천 가서 인물 자랑 마라고 했다. 그만큼 순천은 삼산이수와 맑은 햇살이 어우러진 산수가 마치 중국의 강남처럼 수려하다 하여 ‘동국여지승람’에 ‘소강남’이라 일컬었다.

그동안 순천은 순천만을 비롯해 생태와 문화를 꽃피움으로써 전국에서 살기 좋은 10대 도시로 2회 연속 선정된 곳이다.

순천이 살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은 것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유엔 환경계획이 공인한 리브컴 어워드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순천을 꼽고, 은상을 수여했다.

이처럼 산과 물 그리고 인심 좋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녹색 생태도시 순천에서 4월 20일부터 6개월간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라는 이름의 세계정원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정원박람회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150년 전부터 보편화되고 삶의 일부가 된 것으로 다양한 형태의 개성 있는 정원을 만들어 푸른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정원박람회는 1862년 영국 런던 켄싱턴에서 열린 왕립원예학회(RHS·Royal Horticulture Society)가 주관한 ‘그레이트 스프링 쇼’가 시작이었다. 1925년 프랑스 파리 ‘국제산업장식물미술박람회’에서 정원을 문화 이벤트의 주요 소재로 활용하면서 더욱 구체화되었고 이후 정원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정원의 가치를 깨닫는 즐거움과 해결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국제 행사로 자리잡았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후 미국을 거쳐 아시아로 넘어와 1990년 일본 오사카, 1999년 중국 쿤밍, 2006년 태국 치앙마이 등에서 이미 개최됐다. 이어 2009년 9월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를 통해 2013년에는 대한민국 순천에서 개최하도록 확정된 것이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라는 주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온전하게 보전된 연안습지 순천만의 꿈을 사람이 만드는 정원에 그대로 투사시켜 펼쳐 보이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이상을 가늠해볼 것이다.

지구의 정원 순천만에서 사람과 자연, 도시와 습지가 공존하면서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가치를 세계인이 함께 나누고 누리는 생태도시의 완성된 모습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지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는 총 23개국 전문가들이 와서 80여개의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중국 태국 등 10개국의 전통 정원은 그 나라의 정원 디자이너들이 정원의 역사와 특색을 담아 설계해 조성했다.

특히 프랑스 정원은 루이 14세 때의 베르사유 궁전 공원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 정원은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와 튤립의 화려함, 그리고 매년 큐켄호프에서 열리는 봄꽃축제를 연상할 수 있다.

또한 박람회장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테마 정원인 ‘순천호수정원’은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영국의 찰스 쟁스 박사가 설계를 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된다.

그러니 한사코 외국까지 나가지 않고도 순천에 와서 각 나라의 전통 정원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자는 안복을 누릴 줄 안다. 온 국민이 2013년 봄 여행을 순천만으로 와서 ‘순천만국제습지센터’의 살아 있는 생태와 함께 세계적 정원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길 바라본다.

허형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