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인사DB 정권 넘어 공유하는 관행 정착돼야

입력 2013-04-15 18:39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 초기 인사검증이 미흡했던 원인으로 청와대 존안자료의 부재를 꼽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만들었던 20만명에 대한 자료 가운데 2만명의 핵심 인사 관련 자료를 통째로 넘겼다”고 엇갈린 주장을 폈다. 어떤 주장이 맞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공직인사 사전검증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가 제대로 인수인계 되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에서 고위 공직자와 재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의 주요 인물에 대해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리하는 인사DB인 존안자료는 논란 대상이다. 충실한 인사검증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까지 기록돼 사생활 침해와 공무담임권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5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될 때 대통령기록물을 담은 하드디스크 전체가 봉하마을로 옮겨졌다는 논란을 빚었는데 유사한 문제가 또 불거진 것은 유감이다. 이번의 경우처럼 같은 당내 친박, 친이 계파 사이조차 존안 자료 공유를 둘러싸고 논란이 오간다면 자료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객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인사정보 수집 과정에 불법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인사DB를 매 정권마다 새로 만드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 여야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이제 인사DB를 다음 정부에 넘겨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도록 하는 성숙한 관행이 정착돼야 할 때다. 인사DB를 정권을 넘어 공유하려면 정치색에 따라 왜곡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 권력기관의 사찰 등 불법적 행동이 개입해선 안 되며 어디까지나 정상적 업무과정에서 정보가 취합돼야 한다. 인사DB가 보수·진보 정권을 넘어 공유될 수 있다면 자료가 보다 균형과 객관성을 갖춰나가게 될 것이고, 정보 수집 기관이 자의적으로 조작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인사DB 공유가 정착되면 존안자료의 사생활 침해 논란도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