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네이버의 꼼수
입력 2013-04-15 18:47 수정 2013-04-15 22:45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유통 플랫폼이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김상헌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스스로를 이처럼 규정했다. 그의 인식에 의하면 네이버는 뉴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매개하는 백화점과 같고 언론사는 입점업체인 셈이다.
현재 네이버에 입점한 미디어는 400여개에 이른다. 입점 방식에는 3가지가 있다. ‘뉴스스탠드’에 96개, 네이버가 직접 편집하는 ‘네이버뉴스’에 100여개, 뉴스검색 서비스에 2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선정성, 내 탓 아닌 남 탓만
이 가운데 뉴스스탠드는 네이버가 지난 1일부터 도입한 서비스다. 이 방식은 지하철 가판대에서 원하는 신문을 골라 사보던 것과 흡사하다. 먼저 로그인한 뒤 선호하는 매체를 골라 ‘마이뉴스’를 설정한 다음에 뉴스를 골라 보는 식이다. 눈길 가는 제목을 골라 클릭하면 되었던 ‘뉴스캐스트’ 시절보다는 이용자에겐 불편해졌다.
뉴스의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차원의 선의라니 ‘뉴스스탠드’ 도입 자체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언론사에 편집권이 주어진 뉴스캐스트를 도입했건만 선정성이 더 심해졌고 소비자 불만은 네이버가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김 대표의 하소연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선정주의에 관한 한 네이버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네이버뉴스’ 이용자라면 ‘오늘의 핫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랭킹뉴스’ 등의 메뉴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것들은 정론(正論)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속보와 선정 경쟁을 자극하는 요소들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여전히 만족하고 있고 폐지할 경우 이용자 혼란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소비자의 이름을 빌어 ‘남의 눈의 티’는 크게 보고 ‘내 눈의 들보’는 작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한 언론에 특혜 부여는 곤란
다음으로 언론들이 느끼는 불만은 형평성과 차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신문, 인터넷신문, 방송 등은 예외없이 ‘뉴스스탠드’라는 낯선 환경에 몰아넣고 연합뉴스에게는 예외적 특혜를 부여한 것이 그것이다. 네이버 화면에서 연합뉴스의 기사제목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고 이를 클릭하면 ‘연합뉴스속보’ 섹션으로 이동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연합뉴스는 속보(速報)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언급대로 연합뉴스의 속보는 타 언론이 추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지 오래다. 여기에 부족한지 연합뉴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알맹이(기사) 없는 ‘제목 속보’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니 이에 가위눌린 타 언론의 ‘생계형’ 선정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런 현실적 한계를 외면한 채 낚시성 제목은 문제이고 알맹이 없는 제목의 낚시질은 괜찮다는 식이다.
그 결과 네이버와 연합뉴스는 함께 대박을 터뜨렸다. 뉴스스탠드 시행 첫날 방문자수가 10대 신문사 사이트는 30.5% 폭락한 반면 네이버뉴스 40.8%, 연합뉴스 55.6% 상승했다고 한다. 시행 1주일 간 조사에선 10대 신문사가 51.4%로 낙폭이 더 커진 반면 네이버의 주간 페이지뷰는 65% 늘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의 공적 기능이란 관점에서 두 회사의 뉴스 생산과 유통이 꽉 조여진 암수나사처럼 결합, 우월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지적은 아니지만 뉴스스탠드 도입을 계기로 두 회사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는 여론의 다양성과 보편적 서비스에 역행하는 위험스러운 일이다.
언론과 유사한 영향력은 누리되 법의 제약과 사회적 책임에서 예외가 되고 싶은 치외법권적 발상이 아니길 바란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