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용섭] 북한정권이 알아야 할 것들
입력 2013-04-15 17:47
“북한 정권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한민족은 물론 국제사회가 좌시하지 않을 것”
1950년 6·25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 기운이 가장 고조되었던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조성한 전쟁 협박 때문이다. 한국 국민과 북한 주민,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의 전쟁 협박에 진절머리가 나 있다. 우리와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협상과 합의 도출, 북한의 합의 위반 및 위기 조성이 반복되면서 북한의 핵능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북한은 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하면서 한·미 양국에 대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시험도 하지 않으며, 재처리 시설과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위반하고 핵개발을 계속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면 북한은 핵 시설을 동결하고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우라늄 농축까지 추진함으로써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을 동시에 만들고 있음이 드러났다. 2005년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조치에서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disabling)하기로 약속했으나 북한 내부에서는 불능화를 ‘가동중단(shutdown)’이라고 번역하고, 비밀 핵개발을 계속했다.
북한은 남북회담, 북미회담, 6자회담을 거치면서 차례로 이를 위반하고 지금은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해 달라고 생떼를 쓰는 한편 핵전쟁 협박까지 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와 한·미 양국은 북한에 기만당했으며, 북한은 대외 신뢰를 송두리째 잃게 되었다.
동족에 대해 핵전쟁까지도 협박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간과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우리 민족은 20세기 상반기에 일제 식민지 하에 있으면서 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1950년에는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한국 국민과 대다수 북한 주민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다. 북한 정권이 전쟁 도발과 협박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전쟁을 도발하여 또다시 한민족을 망하게 하려 한다면 우리 민족의 대다수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 60주년을 맞는 금년에 북한이 핵 공격을 하거나 전쟁을 일으킨다면 모든 능력을 동원해 응징하게 될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세계화된 세상에서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전 세계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침략을 많이 당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 되었다. 우리는 인류역사에서 개인의 우상화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소련의 공산주의가 영원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70여년 만에 붕괴되었으며, 레닌은 격하되었다. 일본 군국주의의 말로에서 보았듯 우리 민족은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반드시 망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녹여 민생을 위한 농기구로 바꾸는 신뢰 구축과 군비통제의 길로 나와야 한다. 죽음과 공포로 세운 철의 장막을 걷고, 생명과 희망이 넘치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화의 무대로 나와야 할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깨달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커짐에 따라 전쟁 협박도 커진다는 것을. 이러한 북한의 전쟁 위협을 극복하고 참된 평화를 확보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차제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우리 스스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 공격과 방어 능력을 하루빨리 보유하기 위해 국민 성금을 모으자고 많은 국민이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투철한 의지와 단결을 내보일 때 북한은 감히 우리 한민족 전체를 볼모로 전쟁 협박을 더 이상 못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한국핵정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