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음주자 90%이상이 지방간 증상
입력 2013-04-15 17:42 수정 2013-04-15 22:41
대한간학회가 알코올성 간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보건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다음 달 8일 서울 중앙대병원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 공표된다.
알코올은 우리나라에서 B, C형 간염 바이러스 다음으로 흔한 만성 간질환의 원인이다.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도 2011년 한 해만 4493명이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준 교수는 “아직도 음주와 주취 행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을 개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국민 정서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리의 간이 하루에 해독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 섭취 허용한도는 20g(여성), 40g(남성) 이하다. 일반적으로 포도주 2잔, 또는 소주 반 병 정도에 해당되는 양이다. 따라서 이보다 많이 마시는 경우 ‘과음’으로 간주된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알코올성 간질환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알코올성 지방간=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간질환은 지방간이다. 상습적 음주자의 90% 이상에서 지방간이 나타나는 까닭이다.
지방간이란 알코올에 의해 지방이 간 속에 과도하게 쌓이지만, 간세포 손상은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고깃집에서 소위 ‘마블링이 예술’이라며 파는 ‘갈빗살’이나 ‘살치살’에 마치 꽃처럼 핀 기름띠가 간 속에 박혀 있다고 보면 된다.
간혹 상복부 오른쪽 부위가 불편한 느낌과 함께 울렁거림을 느낄 수도 있지만 거의 이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지방간은 대부분 건강검진 때 초음파 검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초음파가 비추는 영상이 하얗게 보인다. 지방간 환자들은 또한 일반적으로 혈액검사에서 중성지방이 증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간 기능 검사에서도 간 속에 들어 있는 효소인 GOT와 GPT 수치 증가, 그리고 감마 GTP 상승이 두드러진다.
알코올성 지방간을 퇴치하는 길은 금주와 꾸준한 운동이다. 만약 지방간이 있는데도 계속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증을 합병하게 되고, 결국 간암 발생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알코올성 간염=간에 지방이 쌓이는 단계를 넘어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까지 수반되는 상태다. 증상은 사람에 따라,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초기엔 아예 아무 증상도 못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열, 황달, 상복부 우측 통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성 간염이 악화되면 간이 커지면서 복수가 차거나 간 기능 부전으로 생명이 위험해진다.
원인은 술이다. 지나치게 술을 많이,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 피 검사 결과 GOT, GPT, 감마 GTP 등의 효소 수치가 눈에 띄게 올라가 있다면 알코올성 간염을 의심해야 된다. 역시 치료를 위해선 금주가 가장 중요하다. 심한 경우엔 병원에 입원, 소염 효과를 높이기 위해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약하기도 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간이 딱딱하게 굳어 재생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상태다. 속칭 ‘간경화’로 불리기도 하는데, 정상 간세포가 줄어든 자리에 섬유조직이 대신 들어앉게 되는 병이다.
손에 상처가 한두 번 생겼을 때는 새로운 세포로 깨끗하게 재생이 되지만,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으면 큰 흉터가 생기고 딱딱해지거나 움푹 패이게 되는 현상과 같다. 술은 이를 촉진하고,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알코올을 하루 80g(소주 1병 또는 맥주 2000㏄) 이상 15년 넘게 마신 사람의 약 33%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무서운 점은 처음엔 대부분 어떤 이상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거의 말기에 이르러서야 만성 피로, 식욕 부진, 상복부 불쾌감 등을 느끼게 된다. 위식도정맥류 같은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위식도정맥류는 간에 고여 있어야 할 피가 식도나 위 쪽 혈관으로 몰리는 바람에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는 병이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소주의 도수가 낮아짐에 따라 여성 음주자가 늘고 있는데, 매우 경계해야 할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라며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마시고도 간 손상 위험이 더 크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