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미세먼지·황사까지… 호흡기질환자에게 4월은 잔인한 달

입력 2013-04-15 17:34 수정 2013-04-15 22:40


호흡기는 피부와 마찬가지로 바깥 공기와 직접 접촉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같은 병원체는 물론 미세입자, 담배 연기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성도 다른 어떤 장기보다 크다.

이들 대기오염물질은 사람의 폐 속으로 들어가 호흡기를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거나 감기, 기관지염, 폐렴 등 각종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기관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닿으면 천식이 생긴다. 또 흡연과 공해 산업 등에 의한 발암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폐암에 걸리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여느 해보다 중국발(發) 황사가 많이 발생해 호흡기 건강관리를 위해 바짝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폐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 기관지천식 등 주요 호흡기질환 퇴치법을 알아본다.

◇폐암의 80% 정도는 흡연 때문… 담배를 끊자=한국인 사망원인 중 1∼2위를 다툴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 폐암이다. 해마다 1만2000여 명이 폐암 진단을 받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투를 벌인다.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01년 인구 10만 명당 24.9명 수준이던 우리나라 폐암 사망자는 2011년 말 31.7명으로 급증했다. 10여 년 만에 인구 10만 명당 6.8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폐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발견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증상이 있더라도 기침 감기와 유사해 사람들은 감기약에만 의존할 뿐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다 흉통이나 객혈, 호흡곤란 등 일반 감기와 사뭇 다른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다음에야 병원을 찾고, 그 결과 이미 암세포가 폐 속에 상당히 깊숙이 넓게 파고들었다는 판정을 받고 좌절하기 일쑤다.

한림의대 (평촌)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성훈 교수는 “실제 폐암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환자는 전체의 약 20∼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나머지 환자들은 치료 후 결과를 결코 낙관할 수도 없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이들 폐암 환자의 80∼85%가 흡연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1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폐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비(非)흡연자보다 각각 15배, 20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오랫동안 담배 연기에 노출된 간접흡연자도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사망 위험이 1.5배 정도 높다. 하루 2갑씩 20년간 흡연한 사람은 비흡연자와 비교해 폐암 사망 위험이 60∼70배나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폐암이 생길까 두려울 때 해볼 수 있는 검사는 흉부 X선, CT 촬영, 기관지 내시경 검사다. 박 교수는 “40세 이상 흡연자,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미세먼지 등 공해 물질이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같이 폐암 고위험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6개월∼1년마다 한 번씩 흉부 X선 촬영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폐암은 비교적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라 불과 몇 달 전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이 이후 정기검진에서 진행성 폐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적잖이 발생한다.

현재로서 폐암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금연 실천뿐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물론 흡연자가 금연을 한다고 해서 비흡연자 수준으로 폐암 발생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인 위험도를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금연 실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빨대만으로 숨을 쉬는 듯한 고통 겪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걸린 환자들도 호흡 통로인 기도가 점점 좁아지고 기관지 끝에 달린 꽈리 모양의 폐포(肺胞)가 손상되거나 폐에 염증이 생겨 숨쉬기가 힘든 증상을 겪는다. COPD는 대기오염, 유독가스, 감염,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될 수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가 흡연이다.

COPD는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므로 대개 중년 이후에야 호흡에 이상이 생겼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침과 호흡곤란도 대부분 COPD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될 정도.

초기 증상은 가벼운 호흡곤란과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다. 이때 감기라도 걸리거나 다른 급성 호흡기 감염이 생기면 금세 가래 색깔이 누렇게 변하거나 연두색을 띠게 된다. 또 숨 쉴 때는 마치 기관지천식 환자들처럼 쌕쌕거리는 천명(喘鳴) 소리도 난다. 더 진행되면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활동해도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말기에는 저산소증으로 인해 산소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간신히 바깥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다. 진단은 흉부 X선 및 CT 촬영, 폐 용량과 공기배출속도를 측정하는 폐 기능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폐 기능 검사다. COPD에 걸리면 폐의 구조적 변화와 관계없이 폐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COPD 치료를 위해서도 금연 실천이 필수적이다. 기관지확장제와 염증조절제가 들어 있는 약을 흡입케 하고, 숨쉬기를 돕기 위해 산소요법도 사용된다.

◇환절기에 악화되고 재발도 잦은 기관지천식=기관지가 예민해서 약간의 자극에도 숨이 차고, 기침과 거친 숨소리(천명)를 반복적이면서도 발작적으로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이 기관지천식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5%가 겪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지만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기관지천식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합쳐져 생기는 병이다. 부모가 천식이 없는 자녀의 경우 천식 발생률이 3% 미만이지만 부모가 천식이 있는 자녀는 천식 발생률이 30% 이상으로 높아진다. 부모로부터 천식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사람이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곰팡이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될 경우 기도에 염증이 생겨 천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로 기관지천식이다. 이 병은 치료 및 발작 예방을 위해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찾아야 한다. 면역을 얻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피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