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기자, 신분 위장 北 잠입취재 물의

입력 2013-04-15 02:13

대학생 북한 방문단에 BBC가 자사 기자를 학생인 것처럼 속여 잠입 취재했다가 비난을 받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B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파노라마’ 소속 존 스위니 기자는 신분을 속이고 런던정치경제대학(LSE) 학생 방문단에 끼어 지난달 23~30일 북한을 여행했다.

스위니는 LSE의 국제관계학 관련 학생 단체인 ‘그림쇼 클럽’ 학생들로 짜인 방북단에 섞여 방문했으며 이 자리에는 LSE에서 강사로 일하는 부인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가받지 않은 언론매체의 취재를 금지하는 북한에서 신분을 속인 잠입취재가 들통났다면 동행한 학생들의 신변에 위험이 생겼을지 모른다며 언론들은 BBC의 취재 방식을 문제삼았다.

1980년 LSE를 졸업한 스위니는 자신이 LSE에서 박사학위를 이수 중인 학생이라고 신분을 속였으며 아내 도미코 스위니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주간지 옵서버에서 일했던 그는 2001년 BBC로 옮긴 뒤 독재국가인 짐바브웨를 비롯한 언론인 출입통제 국가를 잠입 취재하는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유명하다.

학교 측은 당장 BBC의 잠입 취재에 거세게 반발했다. LSE 총장은 BBC에 “15일 예정된 프로그램 방영을 취소하고 대학의 명성을 악용한 BBC 기자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고 밝혔다.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알렉스 피터스데이 LSE 학생연합 사무총장도 “북한으로부터 위협적인 편지를 받았다”며 “BBC가 저지른 일은 무모하고 윤리적으로도 지탄받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형법은 신분을 속인 가짜 서류를 제출해 입국 허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스위니의 신분이 들통났더라면 학생들의 신변도 위험해져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다.

BBC는 “언론인이 함께 가면 북한 당국에 구금될 수도 있다고 학생들에게 확실하게 알렸다”며 “학생들이 자신이 맞닥뜨릴지 모르는 위험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BBC는 문제의 프로그램을 ‘북한 잠임 취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15일 오후 8시30분 방영할 예정이다. 스위니 기자는 북한을 나치에 비유했다.

방문단에 포함된 한 학생은 LSE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이 특정 방송물에 연루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며 “방문단은 스위니가 지면용 기사를 쓰려고 함께 가는 것으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