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 저수지 방치하면 더 큰 재앙 불러

입력 2013-04-14 18:56

지난 12일 발생한 경북 경주시 산대저수지 붕괴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다른 노후 저수지에서도 얼마든지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늦기 전에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고로 길이 210m, 높이 12.2m의 저수지 둑 중간 부분 가로 10m, 세로 11m 정도가 유실됐다. 둑 아래쪽 용수로를 통해 물이 빠져 나가는 수문(사통) 주변의 흙이 유실되면서 구멍이 생긴 뒤 조금씩 커져 둑이 터진 게 원인이라고 한다. 모내기를 앞두고 거의 만수위(총 저수량 24만6000t)까지 채워진 저수지에서 70% 정도가 한꺼번에 쏟아져 400여m 떨어진 주택과 상가, 아파트 등으로 흘러들어 아찔한 순간이 빚어졌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사고 저수지는 1964년 흙으로 축조돼 50년가량 됐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안전점검 한 번 없이 방치됐다. 저수량 50만t 이하에 대한 안전점검은 매년 분기별로 한번씩 직원들이 별다른 장비 없이 육안으로 둘러보는 게 전부다. 당연히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개·보수 된 적이 없는데다 중점관리 대상 저수지 명단에서도 빠져 있었다니 어처구니없다. 더구나 한 달 전 정기점검에서 겉보기에 부분 침하와 균열, 누수, 세굴, 침식 등의 현상이 나타나 붕괴가 우려되는 종합평가 D등급을 받았지만 후속조치는 마련되지 않아 안전관리에 소홀히 했음이 자명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셈이다.

완공된 지 30년 넘은 농업용 저수지는 전국적으로 모두 1만6000곳에 이른다. 대부분 너무 낡은 데다 설계도조차 없어 시설개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물이 불어나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언제든지 무너질 위험을 안고 있지만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태풍 루사 때 강릉 장현·동막저수지가 일부 붕괴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을 잊었단 말인가.

재해 위험에 무방비 상태인 노후 저수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후약방문’으로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사고가 난 뒤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시설 노후화에 비례해 정밀점검횟수를 늘리는 등 안전성에 대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안전에 이상이 발견되면 더 큰 재앙이 오기 전에 사면에 돌을 쌓아 내구력을 강화하는 등 저수지 보강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당국이 예산타령만 해서도 곤란하다. 저수지 아래에서 ‘물 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주민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은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