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주권 포기하고 해병대 입대 수색대대 근무 쌍둥이 형제 “빨간 명찰, 한국인 자부심 느껴요”
입력 2013-04-14 18:47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동요하지 마십시오. 전방은 군이 확고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경기도 김포 해병2사단 청룡부대 수색대대에 복무 중인 쌍둥이 형제 박장호·성호(21) 일병은 14일 접적(接敵)지대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근무를 서고 있는 곳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불과 2∼3㎞ 앞쪽에 북한군이 배치된 곳이다. 적 침투에 대비해 한밤에도 매복 작전을 펼치고 경계근무지원도 나간다.
형제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지난해 5월 해병대 1616기로 입대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과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14년간 외국에서 지냈다. 지난해 1월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에서 생물·화학을 공부하던 형 장호 일병과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기업법학을 전공으로 택한 동생 성호 일병은 휴학을 하고 귀국해 입대키로 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외할아버지 김기성(81)씨 영향이 컸다. 또 오랜 유학생활에서도 집에서는 반드시 우리말을 쓰도록 했던 아버지 박재근(54·한양대 교수)씨의 엄격한 교육도 국가의 소중함을 잊지 않게 했다. 장호 일병은 “단 한순간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형제는 해병대에서도 혹독한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수색대대에 자원했다. 그해 7월부터 10월까지 2주간의 수색기초 교육과 9주간의 특수수색 교육을 받았다. 쌍둥이 해병은 1.8㎞ 전투수영에서 100명 대원 가운데 장호 일병이 3위, 성호 일병은 4위를 차지하는 등 훈련 성적도 우수했다. 입대 전부터 구조다이버 자격증을 따며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온 덕분이다.
아울러 지난 1월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된 동계 설한지 훈련 및 천리행군에 이어 강화도 일대에서 실시된 수중탐색훈련도 받았다. 지난달에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한·미연례훈련 ‘키 리졸브’에 통역병으로 참가했다. 성호 일병은 “해병대의 빨간 명찰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느끼게 해 준다”면서 “한 치의 땅도 적에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