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인권침해 블랙리스트’ 공방 가열
입력 2013-04-14 18:41 수정 2013-04-15 02:37
러시아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보복외교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인권침해 혐의로 제재 받을 러시아인 명단을 발표하자 러시아가 즉각 미국 내 블랙리스트 명단을 발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마그니츠키법’으로 불리는 대(對)러시아 인권법에 따라 인권침해 혐의로 금융 제재와 비자 발급 금지 등의 제재를 받을 러시아인 1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2009년 모스크바 구치소에서 숨진 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사망 사건에 연관된 16명이 포함됐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하루 만에 18명의 자국 입국 금지 대상 미국인 명단을 내놨다.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 러시아 방문이 드물어 제재 실효성은 크지 않다. 다만 그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과 장기 억류를 합법화하는 데 가담한 인사들과 제3국에서 러시아인 체포와 납치, 살해기도 등에 참여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미국 흠집내기를 위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선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핵심인사 4명이 포진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데이비드 애딩턴, 고문 사용의 정당성을 옹호해온 한국계 존 유 전 법무부 자문관(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 등이 그들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논평에서 “러시아 혐오증이 있는 미국 의원의 압력에 밀려 러·미 양국 관계와 신뢰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며 “우리는 내정에 대한 간섭이기도 한 이 같은 조치를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특히 맞대응 조치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톰 도닐런 안보보좌관의 방문 전날 취함으로써 미국 행정부와 인권문제를 놓고 양보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존 유 전 자문관은 “아내가 그렇게 꿈꿔왔던 러시아 남부의 휴양도시 소치의 별장이 눈물을 흘렸다”며 빈정거렸다. 러시아 내 체첸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도 “너무 걱정돼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비아냥댔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