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용소 ‘충돌’… 수감자들, 사제무기로 저항
입력 2013-04-14 18:42
쿠바에 있는 미군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13일(현지시간) 일부 수감자에 대한 독방 재배치 과정에서 경비대원과 수감자 간 충돌이 발생해 1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소 대변인인 로버트 듀란 대위는 “13일 오전 5시10분쯤 일부 수감자를 독방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며 “일부 수감자가 저항해 치명적이지 않은 4발의 고무탄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살상용이 아닌 비치명적 무기가 사용된 것은 지난 1월 수감자들이 돌을 던지며 항의한 이후 처음이다.
듀란 대위는 “일부 수감자가 막대기나 빗자루 등을 이용한 사제 무기를 사용해 저항했다”며 “하지만 심각한 부상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수용소를 관할하는 미 남부군 사령부 관계자는 “최소 1명 이상의 수용자가 고무탄에 맞았다”면서 “부상은 경미해 멍이 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감자가 어떻게 저항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충돌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표단이 3주간의 일정으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찾아 단식투쟁 현황을 파악하고 돌아간 날 발생했다. 앞서 지난 2월 수감자들은 이슬람경전인 코란을 포함해 개인 소지품에 대한 압수수색을 수용소가 실시하자 이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투쟁을 벌였다. 12일까지 전체 수감자 166명 중 43명이 단식 투쟁에 동참했다.
미군은 아홉 끼를 연속으로 거를 경우 단식투쟁으로 규정하고 강제로 음식을 주입해 사망 등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 왔다. 미군은 지난 2월 단식투쟁이 시작되자 생명이 위급할 정도로 체중이 감소한 10명에게 강제로 음식을 주입했다.
관타나모에는 2002년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이 설치된 후부터 단식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에는 약 500명의 수감자 중 131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단식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군은 단식투쟁자의 건강을 우려해 이들을 독방에 가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일반 수감시설에 수감된 재소자가 감시카메라나 창문을 가려 감시를 어렵게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수감자들은 수용소의 결정이 또 다른 폭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감자를 변호하는 카를로스 워너 변호사는 “단식투쟁을 종식하기 위해 수감자와 협상하지 않고 이들을 독방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군이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수용소 측이 밝힌 단식투쟁자 수보다 실제로 투쟁에 참여하는 수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수용소 측은 단식투쟁은 외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