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평양 지국은 김정은 나팔수”

입력 2013-04-14 18:26

서방 언론사로는 사상 처음 지난해 평양에 지국을 개설한 AP통신이 사실상 북한의 선전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 극보수 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 최신호가 보도했다.

잡지는 ‘AP통신의 골칫거리 지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1월 개소한 평양지국이 정작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원하는 뉴스만 보낸다고 비판했다. 잡지는 평양을 관할하는 지국이 서울에 있지만 이들 지국장은 평양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2명의 북한 기자를 고용해 뉴스를 송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국장 등은 북한의 허가가 있어야만 입국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지난해 평양지국을 개설하며 북한 출신 박원일 취재기자와 김광현 사진기자를 고용했다. 이들은 조선중앙통신 입주 건물에 상주하며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에도 취재를 담당했다.

잡지는 북한 기자들이 공식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이들은 비밀경찰이나 정보기관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AP는 북한 출신 기자 외에 진 리(이준희) AP통신 서울지국장과 데이비드 구텐펠더 AP 아시아 사진부장이 수시로 평양을 방문해 지국 관리와 기자 훈련, 보도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잡지는 AP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국장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잡지는 AP통신이 북한의 선전도구로 이용된 사례도 들었다. 지난해 3∼4월 뉴욕에서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 ‘북한의 창’이라는 주제로 열린 사진전이었다. 당시 전시된 79점 모두 북한 주민들이 행복해하는 표정만 있는 사진이었다는 것.

잡지는 세계에서 가장 폭압적인 정권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과 당시 조선중앙통신 부사장이 개막 연설에서 전시회를 통해 북한의 삶이 더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한 것은 북한에 놀아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잡지는 또 2011년 7월 북한이 호우 피해를 과장하기 위해 흙탕물로 뒤엎인 대동강 주변 도로 사진을 조작해 AP통신에 제공한 것도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리 지국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북한 당국이 자신의 기사를 검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에서 취재 제약이 많긴 하지만 양질의 기사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