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퇴임한 지 50일 만에 금융연구원에 취직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들이 출자한 민간연구소지만 사실상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간주된다. 각종 정책 연구 등에서 사실상 금융위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성원을 보면 금융위 상부조직처럼 느껴진다. 금융연구원의 전·현직 연구위원은 쟁쟁하다. 전직 고위 경제관료가 초빙연구위원으로 포진해 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초빙연구위원은 잠시 머물다 금융권 고위직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금융권에서 금융연구원을 ‘모피아(옛 재정경제부
금융연구원은 김 전 위원장이 15일부터 1년 단위 계약직인 초빙연구위원으로 근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25일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가족과 함께 해외를 여행하고 최근 귀국했다. 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보험연구원이나 대학으로 간다는 얘기가 들려서 기왕 연구원으로 갈 거면 연구 방향이 맞는 우리 쪽으로 오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일할 부서는 특임연구실이다. 연구원이 전직 고위 경제관료나 이름난 금융권 인사를 모시려고 2005년 만든 이 부서에는 행정고시 23회인 김 전 위원장의 선배들이 초빙 또는 비상임 연구위원이란 직함으로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강봉균(행시 6회) 전 재정경제부 장관, 배국환(22회) 전 기획재정부 2차관, 이철환(20회)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이다.
이 부서는 연구원의 연구 업무에 대해 자문이나 논평을 하고, 주요 현안과 관련해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특임연구실 센터장인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얼마 전까지 금융위원장 자문관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연구원에 잠시 머물다 금융권의 고위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각각 재정경제부 2차관, 금융감독위원회(현재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뒤 초빙연구위원을 거쳐 간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과 이승우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그런 사례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