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회장 전격 사의… 어윤대도 조만간 거취 표명

입력 2013-04-14 18:20 수정 2013-04-15 02:38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조만간 거취 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만수 전 KDB산은금융그룹 회장에 이어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까지 1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물갈이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 당국과 KB금융 등에 따르면 어 회장은 KB금융을 곧 떠나겠다는 의사를 이달 중 밝힐 예정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자신의 거취를 두고 KB금융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탓에 소위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지주 회장 중 사실상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어 회장뿐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강 전 산은금융 회장은 지난 4일 각각 사퇴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어 회장은 비록 정부 입김이 적은 민간그룹 회장이지만 새 정부 들어 상당한 압박을 느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 회장 역시 연임 의지는 없지만 오는 7월로 예정된 임기 때문에 고심하다 거취를 미리 표명하는 수준에서 입장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이달 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어 회장이 사의를 밝히면 회추위의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배제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당연직 차기 회장 후보로 간주된다. 어 회장으로서는 미리 사의를 밝혀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새 회장이 확정되기 전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어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어 회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할 경우 정부 입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거취표명이 해법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사의를 밝히면서 “1967년 한일은행 신입행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지난 40여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에서 회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국내 처음으로 말단 행원에서 그룹 회장까지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평화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은행이다. 그는 “금융업 발전을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4대 천왕의 ‘2선 후퇴’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금융권 공공기관장 교체도 임박했다. 지난해 송별회까지 했다가 다시 3연임을 하는 해프닝을 겪었던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교체가 유력하지만 임기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이 변수다. 새 정부의 핵심 금융사업인 국민행복기금 위탁 운영을 맡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장영철 사장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