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법제화 위기감… 기업, 2013년 신규 시설투자 ‘머뭇’

입력 2013-04-14 18:16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신규 시설투자 집행을 머뭇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올해 계획한 투자액을 다 쏟아부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4일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엔저와 북한 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 등 외부 변수가 시설투자를 가장 저해하는 요인으로 보인다”면서 “반기업 정서의 확산도 시설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소급과세를 추진하고 있고 상장사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 공개도 국회에서 법제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대기업들의 투자계획 이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3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7% 늘어난 14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추세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올해 책정한 금액이 모두 집행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30대 그룹은 15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는 당초 계획보다 약 8.5% 모자란 138조2000억원만 집행됐다.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전자업종도 시설투자 집행에 소극적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신규 시설투자를 아직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경영상황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세부적인 투자계획도 공개하지 않았다. LG전자도 모바일 운영체제(OS) 웹OS를 인수했을 뿐 신규 시설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는 투자가 위축된 대표적 업종이다. 골목상권 보호 등을 위해 추진 중인 각종 규제 때문에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는 볼멘소리만 흘러나올 뿐이다.

롯데그룹은 1분기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CJ그룹도 1분기 중 신규 시설투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해운업계는 신규 발주를 사실상 중단했다.

투자를 집행하더라도 신규 시설투자보다 기존의 투자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포스코는 올해 3조5000억∼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이미 시작한 사업의 후속 투자 성격을 지닌 것이 많다. 올해 1조6379억원을 투자키로 한 현대제철도 절반이 조금 넘는 8508억원을 기존 설비 유지·보수에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에너지 기업들이 신규 시설투자에 적극적이다. SK에너지는 단일 설비로 최대 규모인 연 130만t 규모의 PX 생산설비를 인천에 짓기 위해 2014년까지 1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GS칼텍스도 신규 사업, 설비 확충에 9000억원 이상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