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보戰에 ‘테킨트’ 적극 활용
입력 2013-04-14 18:04
박근혜정부의 국가정보원이 ‘테킨트(TECHINT)’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기업, 비(非)정부기구, 개인 등이 모두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황에서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만큼이나 테킨트가 각국 정보기관의 핵심적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단행된 1·2·3차장 인사 배경을 설명하며 “과거 해외·대북·국내 등 담당 지역별로 이뤄졌던 업무분장을 휴민트(1·2차장 산하)와 테킨트(3차장 산하) 등 어떤 정보 영역을 다루느냐를 기준으로 근본 체계를 바꿨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이 테킨트를 3차장 관할 조직에 맡긴 직접적 원인은 최근 들어 빈발한 북한발(發)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각국 정보기관들의 세계적인 변화 조류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과거 정보기관들은 두 가지 정보활동에 주로 집중했다.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정보를 취합해 활용하는 ‘적극 정보활동’과 적성국·테러집단 등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감시·관찰에 전념하는 ‘소극 정보활동’이 그것이다. 두 정보활동 모두 인간관계를 통해 파생하는 휴민트가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첨단 ICT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정보기관들의 활동 무게중심이 테킨트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기록되거나 관리되는 현대사회에서 테킨트 발굴이 휴민트에 의존하는 정보력보다 훨씬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테킨트는 휴민트를 넘어서는 ‘정보전쟁’ 영역이 될 것”이라며 “휴민트는 사람을 통한 일이다보니 그 정보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불확실하지만 테킨트는 명백한 데이터들을 융합해 미래의 방향을 좀더 정확히 예측하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 조직개편 방향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3차장 산하 조직이 해외·대북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고는 각자 고유 활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한 시스템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 메시지와 닮은꼴이다.
아울러 국정원은 휴민트 정보력 기능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이명박정부에서 휴민트망이 대거 소실됐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Key Word : 테킨트(TECHINT)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정보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기술을 의미하는 ‘Technical’과 정보를 뜻하는 ‘Intelligence’를 합성했다. 전 세계 정부기관과 사회 각 부문이 ICT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만큼 테킨트는 각국 정보기관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ICT를 바탕으로 상대국이나 테러집단의 사이버 테러, 온라인 기밀 거래 정보 등을 추적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