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南 태도에 달려” 여지 남긴 싸늘한 첫 반응

입력 2013-04-14 18:02

북한이 대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우리 정부의 메시지에 14일 싸늘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한반도 위기 정세의 극적인 반전은 쉽지 않게 됐다.

일단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명의로 나온 첫 반응은 단호하다. 북한을 겨냥한 한국과 미국의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연습 등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과 대화는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북측은 특히 남측이 당국 간 대화에 나서려면 먼저 자신들의 존엄을 모독한 데 대한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 등을 요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13일에도 한반도 위기가 핵전쟁을 도발하려는 미국의 책동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반응이 곧바로 무수단 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위기지수를 계속 고조시켜온 상태를 한꺼번에 반전시킬 계기가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상황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제의에 대한 공식 답변이라면 북한 국방위원회 성명 또는 담화 수준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조평통 대변인의 문답 형식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정부 내에서 나온다.

정부는 북한이 우리 정부와 미국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한 이후 대화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1일 정부의 대화 제의, 12일 한·미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면밀히 분석한 뒤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중국을 통해 미·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전달받고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 등의 진짜 의중을 알아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과 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방북 일정이 낀 이번 주가 향후 북한의 행보를 파악할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최고인민회의를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주목된다. 그가 2주가량 공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3월 이후 활발히 이어오던 활동을 중단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를 고심한다는 의미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은 원산 등 함경남도 지역에서 식별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의 은폐와 노출 행동을 지난 11일부터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동해안 지역에 나타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차량과 노동·스커드 미사일 발사 차량 등이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