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된장녀’비난보다 열광 “비밀댓글로 쇼핑정보 달라”
입력 2013-04-14 17:58
수시로 해외여행을 즐기며 수백만원대 명품을 구매하고 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른바 ‘된장녀’.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의 비난 대상이던 이들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들이 올린 게시물을 통해 ‘명품 쇼핑’ 정보를 얻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파워블로거’ 같은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된장녀로 유명세를 치렀던 아이디 ‘na***’의 블로그는 14일 한 달에 한 번 꼴로 해외여행을 하며 묵었던 숙소와 음식, 쇼핑한 물품의 사진이 잔뜩 게재돼 있었다. 여행 중 사들인 명품마다 사용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 한 번 여행을 다녀오면 올라오는 제품 사진이 30개가 넘는다.
이 블로그에는 ‘비밀 댓글로 쇼핑 정보를 알려 달라’는 네티즌들의 요청글이 항목마다 700∼1000개가 달려 있었다. 그의 생활을 거론하며 “멋있다”고 치켜세우면서 블로그 이웃 신청을 받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소비지향적이고 유행에 휩쓸리는 젊은 여성을 조롱할 때 쓰이던 ‘된장녀’라는 말이 요즘은 ‘동경의 대상’이라 할 만큼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다른 블로거 ‘all****’ 역시 해외여행을 다니며 호화로운 일상을 블로그에 올리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언제나 여행에는 국적기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한다’는 글과 함께 비행기 탑승부터 호텔 스위트룸 사진까지 찍어 올렸다. 그는 “된장녀라 욕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7개월간 블로그 활동을 접었지만, 최근에는 내 블로그를 통해 쇼핑 정보, 여행 정보를 얻는다며 응원하는 이들이 많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시적 소비를 즐기는 ‘된장녀’를 보며 위화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여전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남자를 잘 만나 돈 쓰면서 돌아다니는 무개념들”이라는 비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최근 이들이 올린 사진을 분석해 사는 장소, 남편 직업 등 ‘된장녀 신상털기’를 하는 네티즌도 등장했다. 회사원 김연희(28·여)씨는 “호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의 일상이 신기해서 자주 블로그를 찾는데, 방문할 때마다 나와 무관한 ‘남 얘기’라는 생각에 씁쓸해진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