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에 2013년 들어 68명 버려져

입력 2013-04-14 17:57


서울 신림동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올 들어 벌써 70명에 가까운 아기가 버려졌다.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이곳에 버려진 아기는 모두 보육원으로 보내진 것으로 조사됐다. 법 때문에 작은 생명이 새로운 가정에서 자랄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 교회 베이비박스에 2010년 4명, 2011년 37명, 2012년 79명 2013년 64명의 아기가 버려졌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이번 주말에만 4명이 더 버려져 14일 기준 68번째 아기가 들어왔다. 아기와 함께 발견된 편지에서 아기 엄마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입양기관에 보내지 못했다’며 ‘아기를 법적으로 입양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개정 입양특례법으로 입양 시 아기의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부모들이 아기를 버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출생신고가 안 되면 입양할 수 없는 법적 허점 때문에 버려진 아기들이 모두 서울시내 보육시설에 보내지면서 대부분 시설이 포화상태다.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버려진 아기 중 단 한 명도 새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14일 버려진 이 아기 엄마는 편지 마지막에 ‘아기가 좋은 부모를 만나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적었지만 이 바람은 이뤄질 수가 없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아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보육시설에서도 더 이상 받지 않으려 한다”며 “입양도 할 수 없어 보육시설에 떠안기는 식으로 맡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달에 3∼4명꼴로 버려지던 아기가 30여명으로 급증하면서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일손이 부족해 자비로 사설 도우미까지 채용했다. 이종락(59) 목사는 “아기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비상 대기하고 있다”며 “구청 담당 직원이 한 명뿐인 데다 주말에는 업무를 하지 않아 시설로 보내기 전까지 일손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 아동청소년담당관은 “서울시 예산으로 전국에 버려지는 아기들을 다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달 초 보건복지부에 특별교부금 36억원을 신청했다”며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수도권으로 분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