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 숨길 일 아니다”… 구세군, 치료·재활사업 나서
입력 2013-04-14 17:52
구세군 보건사업부는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HIV 감염인 재활센터’(HRC) 사업에 나섰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기술 교육, 자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 미술·음악을 통한 심리치료 등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구세군 보건사업부 이재성 담당관은 14일 “HIV 감염인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로 고시원이나 쪽방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감염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 때문에 감염인들이 일반 재활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HIV 감염인의 자활을 돕는 기독교 단체는 구세군이 유일하다. 구세군은 HRC 프로그램을 구체화시켜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서울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선 HRC 사업의 일환으로 감염인 정기모임이 열렸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감염인 30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토털아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토털아트는 네일아트, 냅킨공예, 리본공예, 선물포장 등 실용적인 공예기술을 배우는 과정이다. 과목당 50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한 참가자는 “공예를 하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져 좋다”며 “냅킨공예 자격증을 따서 하루 빨리 자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30여명 전원이 실업 상태이며 이중 80%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한 감염인은 “병원비와 약값의 90%를 정부에서 지원해 주지만 나머지 10%를 부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며 “병원비가 30만원 나오면 내야 할 돈이 3만원인데 수급비 45만원 중에서 빼서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감염인은 “임대주택의 월 임대료 15만원을 감당하느라 힘들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고 임대주택이 없는 감염인들의 생활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구세군은 자존감 상실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감염인을 대상으로 미술치료와 음악치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강북자활센터 이경주 센터장의 특강도 진행됐다. 이 센터장은 “구세군 HRC처럼 감염인들에게 특화된 자활센터가 만들어진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HRC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자립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소득 증가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났을 때(탈수급) 일정 기간 의료비와 교육비를 지원하는 ‘이행급여 특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나성원 황인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