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환경 살리는 ‘착한 도전’ 확산… 주일예배 승용차 같이타기·자료집 배포 우편대신 컴퓨터로
						입력 2013-04-14 17:52   수정 2013-04-14 20:31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성경적 창조질서’ 보전을 실천하는 한국교회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지역 교회부터 교단, 기독시민운동단체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교역자와 당회원들부터 주일 예배 때 차를 가져오지 않도록 합시다.”
부활주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저녁 예배시간,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담임목사는 교인들에게 특별한 당부를 건넸다.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항존직 직분자들부터 교회에 올 때 차를 가져오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교회 측은 이전까지 교회 안팎에 주일 평균 750대 정도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 왔다. 그런데 토지용도 등의 문제로 25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교회 인근 주차장 사용이 지난달 말로 끝나게 된 것. 이런 이유로 지난 2월 당회에서는 10억 여원 규모의 주차타워를 짓기로 거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회원들과 교인들 사이에서 주차타워를 짓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터져 나왔다. “우리가 조금 불편해져보는 건 어떨까요.” “카풀도 할 수 있고, 주일에 비어있는 외부 주차장도 사용할 수도 있고….”
“그러면 주차장을 짓지 말고 해결해 봅시다.”
정 목사는 주차타워를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 출석교인 7000여명 중 1300여명에 달하는 항존직 직분자들은 주일에 아예 승용차를 갖고 오지 않기로 했다. 교회 측은 교인들에게 카풀을 독려하는 한편 인근 상가와 아파트 자치회 등에 주차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교회 공동체가 자발적 불편함에 뛰어든 것이다. 광성교회의 도전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한국교회 전체가 재생용지 주보를 사용하면 매년 2만2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어요.”
기독교윤리실천윤동이 전개 중인 ‘재생종이 주보 사용’ 운동도 눈길을 끈다. 교회에서 사용 중인 주보 용지를 재생용지로 바꿔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기윤실 관계자는 “종이의 질만 조금 떨어질 뿐 가격이 저렴하고 환경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한국교회 모두가 동참한다면 매년 덕수궁에 심겨진 나무의 2배나 되는 숲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교계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기윤실에 따르면 국내 개신교인 862만명(2005년 통계청 조사)이 매주 A4용지 1장의 주보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52주) 4억4824만장의 주보 용지가 소모된다. 보통 30년생 원목 한 그루가 A4용지 1만장 정도의 종이를 만들어낸다고 봤을 때 매년 한국교회 성도들이 사용하는 주보를 만들어 내는 데만 4만4824그루가 필요한 셈. 그런데 고지율(재생용지 함유율)이 50%인 재생용지를 사용하면 그 절반인 2만2412그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1만여 그루가 심겨져 있는 덕수궁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자료집 대신 컴퓨터 화면보세요.”
예장통합총회 사회봉사부(총무 이승렬 목사)의 도전도 이미 시작됐다. 주요 절기마다 교단 산하 8300여 교회에 보내는 자료집을 우편 발송 대신 교단 홈페이지에 게시토록 한 것. 지난해 시범운영에 이어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나섰다.
이 총무는 “사회봉사 주일과 장애인 주일 등 매년 3차례 자료집을 발간하는 데만 총 1000만원 정도가 드는데, 홈페이지 게재로 바꾸면서 연간 800만∼900만원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금액은 각계 전문가를 초청한 정책 세미나를 3차례 정도 열 수 있는 규모라고 이 총무는 덧붙였다. 연간 인쇄비가 1억5000만∼2억원 규모인 예장통합총회 내부에서는 사회봉사부의 ‘신선한 도전’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