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5000명 웃기고 울리다 화끈한 뒤풀이까지… 역시 ‘싸이’!
입력 2013-04-14 17:31
와이어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자신의 히트곡 ‘낙원’을 부른 뒤 가수 싸이는 이렇게 말했다. 신곡 ‘젠틀맨’이 망해도 상관없다고, 온 나라가 이렇게 관심을 가져준 게 자랑스럽다고.
1997년 발표된 남성듀오 카니발의 노래 ‘거위의 꿈’이 이어졌다. 관객도 한목소리로 합창했다.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수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 해요….’
그는 지면에서 수십 미터 위로 날아올라 관객 4만5000명을 내려다봤다.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지더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피아노 반주 없이 노래를 이어갔다. ‘나 웃을 그날을, 우리 웃을 그날을 함께 해요.’ 그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고, 공연장엔 함성이 메아리쳤다.
싸이는 13일 밤 서울 성산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연 컴백 콘서트 ‘해프닝(HAPPENING)’을 통해 그간 누구보다 든든한 힘이 돼준 국내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고, 관객들은 함성과 갈채로 그의 귀환을 환영했다.
# 광란의 콘서트
콘서트는 오후 6시43분쯤 무대 양옆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신곡 ‘젠틀맨’에 관객들이 ‘떼창(합창)’해야 할 부분을 숙지시키는 문구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싸이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젠틀맨’ 음악에 맞춰 흰색 야광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젠틀맨’이 끝나자 지난해 7월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뒤 지금까지 싸이의 글로벌한 행보를 보여주는 장면이 전광판에 차례로 등장했다. 미국 NBC ‘투데이쇼’ 출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접견,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진 ‘강남스타일’ 플래시몹….
이어 2010년 발표된 ‘라잇 나우(Right Now)’ 전주가 흘러나왔고, 싸이가 무대에 등장했다. 관객들 함성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연예인’에 이어 ‘예술이야’를 부르던 그는 노래 도중 말했다. “많은 분들이 신곡 첫 무대를 왜 한국에서 하냐고 물어봐서 대답했습니다. (저는) 한국 가수잖아요.”
30억원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 공연답게 화려한 조명과 폭죽, 특수효과가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배우 이병헌 최지우, 걸그룹 카라 등 한류스타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싸이는 외국 활동에 치중하며 느낀 고충과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외 생활하면서 뭐가 제일 힘드냐고 사람들이 물어볼 때가 많았다.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웃음)” “한국 분들이 내 진가를 알아보는데 10년 걸렸다. 해외에서도 10년쯤 지나면 내 진가를 알아봐 주실 거다”….
관심을 모은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을 땐 객석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특히 미국 팝스타 비욘세의 퍼포먼스를 패러디해 일명 ‘싸욘세’로 분한 무대는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국 빌보드는 “인상적인 무대였다”고 평했다. 공연 마지막 곡인 ‘강남스타일’이 나올 땐 4만5000명이 단체 ‘말춤’을 추는 장관이 펼쳐졌다.
# 화끈했던 뒤풀이… “‘젠틀맨’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YG엔터테인먼트에서 싸이와 한솥밥을 먹는 후배 가수들의 무대도 돋보였다. 걸그룹 투애니원, 그룹 빅뱅 리더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5) 등이 게스트로 등장해 무대를 종횡무진 휘저었다.
케이블 채널 Mnet과 KM,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 공연은 밤 9시쯤 끝났다. 하지만 ‘진짜’ 공연은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지금부터 ‘해프닝’ 생중계 성공 기념 뒤풀이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새겨졌고, 싸이는 공연 때마다 애창하던 가요 메들리를 열창했다. ‘날 떠나지마’ ‘붉은 노을’ ‘여행을 떠나요’…. 공연장은 일순간 거대한 클럽으로 변했다.
앞서 싸이는 기자회견에서 “‘젠틀맨’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히트곡이 하나뿐인 가수)’가 될 것이란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이 직업(가수)을 12년째 하고 있다. ‘젠틀맨’이 실패하더라도 나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르는 건 무리가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공연장을 찾은 국내외 언론은 미국 ABC와 뉴욕타임스, 영국 BBC, 일본 요미우리 등 200개 매체가 넘었다. 취재진 수는 400여명. 시청률 조사업체 TNmS에 따르면 Mnet과 KM이 생중계한 콘서트 시청률은 지난주 동시간대 Mnet과 KM 시청률 합계 0.079%보다 25배 이상 높은 2.044%를 기록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