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비타트 싱글맘 ‘희망프로젝트’, 도배·장판에 단열까지… “새 집 안부럽다”

입력 2013-04-14 17:24


서울 시흥동의 한 주택가.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반 지하 주택이 나온다. 싱글맘 김선영(가명·43세)씨와 두 자녀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이다. 마트에서 시간제로 근무하는 김씨는 혼자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 그동안 봉제공장, 포장마차, 휴게소 등에서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열악한 주거환경이 괴롭혔다. 방의 벽과 천장엔 곰팡이가 가득 번졌다. 외풍을 막기 위해 옷으로 창틀을 막고, 비가 오면 방안으로 들어오는 빗물을 닦아냈다. 지난겨울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다 큰 여동생을 위해 방이 아닌 칼바람이 드는 현관문 앞에서 잠을 잤다.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은 늦은 저녁까지 복지관에서 공부한다.

김씨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지만 월 60여만 원의 적은 수입으로 누수와 결로, 화장실 물 넘침 등의 문제가 있는 집을 전혀 손 댈 수 없었다. 더욱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약을 계속 먹어야 하고, 손목치료가 필요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여 안락한 집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런 그에게 희망이 생겼다. 지난 3월, 한국 해비타트(이사장 정근모)가 ‘싱글맘가족 희망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에게 희망공간을 선물해 준 것이다. 가구, 도배, 장판, 단열, 보일러, 창호에 이르기까지 주거공간이 새 단장을 했다. 김씨는 안락한 주거환경을 회복한 후 자녀들이 꿈을 찾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참 중요한 시기인 고3 아들과 고1 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이제 겨우 가슴 한켠의 짐이 덜어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곰팡이 냄새로 아이들이 매일 교복에 탈취제를 뿌렸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딸 고은아(16세)양도 “이제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올 수 있고,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성적이 상위권인 고양은 “의료 유비쿼터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싱글맘 가정은 124만7000가구이다. 또 2명이상의 자녀를 둔 싱글맘 가정은 21만1464가구이며 이 중 73.9%가 월 100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김선영씨와 같은 싱글맘 가정은 우리 사회에 많이 존재한다. 이런 가정의 자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편안히 쉴 수 있고 자녀가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집은 그 순간만을 벗어나는 지원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해비타트가 올해부터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 고통 받고 있는 싱글맘을 돕기 위해 ‘싱글맘 가족 희망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외환은행 나눔재단과 함께 서울과 경기도 연천 지역의 2가구를 대상으로 첫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현재 한국해비타트 홈페이지(www.habitat.or.kr)에서 주거환경 개선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한국해비타트는 또 홈페이지를 통한 후원금과 함께 매년 진행하는 ‘여성들의 집짓기 패션쇼&바자회’(7월 예정)를 통한 수익금으로 싱글맘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계속 펼칠 예정이다.

한편 한국해비타트는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통해 자립을 도울 뿐 아니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의 어려움을 도와 건강한 가정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