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도미니카 김성자 선교사] (4) 빈민촌 멘도사에 복음의 씨앗 뿌리다

입력 2013-04-14 17:15


교회 발전기까지 훔쳐가던 마을에 감동의 통성기도 울려…

2001년 7월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의 빈민촌 멘도사 지역에 2150㎡(650평)의 대지를 구입해 그곳에 천막을 치고 산토도밍고 교회의 첫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첫 예배에 앞서 나무토막 수백 개로 담장을 만든 바로 다음날 동네 깡패들이 담장을 무너뜨리고 나무토막을 훔쳐갔을 때는 두렵다는 생각이 나를 휘감았지만, 경찰이 사건을 처리한 뒤 마음을 다잡고 쉬지 않고 기도하면서 사역을 시작하게 됐지요.

우리는 예배당 없이 큰 천막 안에 플라스틱 의자 200개를 놓고 뜨거운 지열을 고스란히 느끼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곳 마을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주민의 15%가 아이티인이고 무직자, 술주정뱅이, 마약중독자, 도둑들이 많습니다. 생활고가 극심한 가정의 아이들은 거리로 나와 자동차 유리창과 구두를 닦거나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할 때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교회에 쉽게 나오지도 않는 편입니다.

산토도밍고 교회 성전 건축은 어느 장로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에 따라 자녀들이 조의금을 보내줘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공사비용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여러 번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인부가 술에 취해 사고를 내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주님의 도우심으로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조그마한 예배당이 완성됐지요.

이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탄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 바라보고 믿음으로 굳건하게 사역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이곳 교회를 통해 여러 사역을 감당하도록 많은 일감을 주셨습니다.

교회 부속 초등학교인 비전 크리스천 학교는 2004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맞벌이 부부나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자녀들과 고아들을 유치부에서 7학년까지 받아 교육하고 있지요. 2005년에는 도미니카공화국의 미래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 비전 신학교를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65명이 졸업했고, 현재 16명의 신학생이 무료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제빵 기술을 가르치고, 여기서 만들어진 빵을 빈민촌 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사랑의 빵’ 사역도 하고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동거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4개월 과정의 신앙교육을 마치면 예복 등을 빌려줘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 멘도사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아이티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아이티 출신 제랄 목사를 중심으로 2008년 ‘아이티인 영광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고국을 떠나 어렵게 사는 많은 아이티인들이 이곳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빈민촌에 나타나는 주님의 역사는 놀랍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종종 맞닥뜨리게 됩니다. 특히 도둑들은 교회의 전깃줄을 한 달에 두 번꼴로 끊어갑니다. 지금까지 도둑맞은 횟수가 150번이 넘습니다. 그동안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전될 때 꼭 필요한 발전기까지 도둑맞은 적도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마음이 힘들고 맥이 빠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도둑질이 멈추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정이 떨어져서 정말 선교지를 떠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인내하면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지켜주시고, 주님의 집에 평화만 가득하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급하셨으면 우리를 이 지역에 보내셨을까요? 이 지역에 하루속히 복음이 전파돼 마약, 살인, 도둑질이 없어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연말 사역으로 한창 바쁠 시기에 뎅기열 등 풍토병에 걸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두통과 구토가 심해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지요. 백혈구 수치가 급속히 떨어져 의사들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성도들의 기도를 주님께서 외면하지 않으셔서 세 번째로 옮긴 병원에서 열흘째 되는 날에 백혈구 수치가 조금 올라갔고 어렵사리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풍토병을 심하게 앓으면서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지금도 혈압이 높은 상태고 갑상선과 위장 등의 질병과 싸우고 있지요. 남편 호세 보바디자 목사도 건강검진에서 여러 개의 혹이 발견돼 부부가 번갈아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건강 때문에 예전보다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더 힘든 일들이 우리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선 크리스마스에 많은 교회들이 성탄예배를 드리지 않습니다. 다들 가족을 만나러 고향에 내려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멘도사가 고향인 성도들과 매년 성탄축하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밤 행사도 함께 열립니다. 청소년들이 한 달 전부터 행사를 준비하면서 단합하는 모습을 보면 믿음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연극 대본을 쓰고, 팬터마임(무언극) 동작을 만들어 연습합니다. 이제 목사나 선교사의 도움 없이도 행사를 주도해 나가는 실력을 갖췄습니다. 이들 중에는 학비를 마련하려고 손에 기름때를 묻히며 일하는 청년도 있고, 가족의 생계를 잇기 위해 하루 종일 오토바이 택시를 몰고 다니는 청년도 있습니다. 다들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행사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어느 토요일엔 청소년 집회를 인도하려고 교회에 들어섰을 때 전기가 없는 캄캄한 예배당 안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통성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계속해서 부르짖는 기도 소리를 들으며 도미니카공화국의 미래를 저들에게 맡겨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뜨겁게 기도하면서 주님께서 그 음성을 듣고 모두 응답하실 것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동안 그들에 대해 염려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멘도사 지역에서 16년째 사역하면서 특히 청소년 사역에 전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술과 마약을 가까이 하게 된 자녀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주님께서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감싸주면서 깊은 상처 속에서 나오는 용기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마약의 노예였던 청년은 스스로 마약을 끊었고, 틈만 나면 남의 집을 털던 청년은 교회에서 봉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변하는 그들을 보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진실한 일꾼 한 명을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제자들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키우는 일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 영혼, 한 영혼을 위해 기도를 쉬지 않으렵니다. 가정에서 버림받고 사회에서 소외당한 그들의 진정한 부모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은 좋은 사람만 우리에게 맡겨 주시진 않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오직 주님께 순종하면서 맡겨주신 사람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며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지요. 우리 부부는 모든 건강을 주님께 맡기고 선교사역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김성자 무차아구아감리교회 목사